「가을비는 떡비, 겨울비는 술비」라는 속담이 있다. 가을에 비가 오면 곡식이 넉넉하니 떡을 해먹으며 쉬고, 겨울에 비가 오면 손수 빚은 술을 마시며 풍류를 즐긴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날씨가 서늘해지기 시작하는 가을엔 겨우내 집에서 마실 술을 빚는 것이 우리네 세시풍속. 이맘때 정성껏 담가놓은 술은 가을과 함께 곱게 익어 겨우살이를 즐겁게 해준다.요즘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술로는 사과나 모과, 감귤 등 제철 과일·열매를 이용한 과실주가 으뜸. 이 외에도 인삼이나 칡뿌리, 은행잎, 생강, 양파 등 술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귀한 손님이 찾아왔을 때 손수 담근 술을 내어 접대하면 얼마나 운치가 넘칠까. 한국식생활개발연구회 조리직업전문학교 김경분강사는 『집에서 술을 담글 땐 원료의 유효성분을 최대한 빼내고 숙성과정에서 변질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도수가 낮은 술로 담그면 재료가 부패해 효능이 사라질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높은 도수의 술을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김강사의 도움말로 가을철 과실주 담그는 요령을 배워보자.
■재료의 선택과 손질
과실은 표면에 흠집이 없고 약간 설익어 신맛이 나는 것으로 고른다. 그래야 술이 탁해지거나 쉽게 변질되지 않는다. 과일을 씻을 땐 맹물보다는 간간한 소금물로 씻고, 씻은 후엔 채반에 받쳤다가 헹주로 물기를 완전히 없애야 숙성 도중 잡균 번식을 막을 수 있다. 술이 가지는 미묘한 맛은 과육뿐 아니라 껍질이나 씨에서도 우러나는만큼 될 수 있으면 과일 전체를 그대로 쓴다. 칼로 잘라 쓸 경우에도 재료의 효능을 살리기위해 쇠칼보다는 죽도나 구리칼을 이용한다. 벌레 먹은 데가 있으면 그 부분만 도려내고 사용하면 된다. 잎을 쓸 때는 병들거나 단풍이 든 것은 좋지 않으므로 피한다.
■술 담그기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과일의 성분을 빨리 침출시켜 술로 변하는 시일이 짧다. 위스키나 고량주같은 술은 도수는 높지만 특유의 냄새때문에 적합하지 못하고 무색 무취의 소주가 가장 무난하다. 술의 양은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넣는 과일의 3배 정도가 적당하다.
보통 껍질 채로 두껍게 저민 과일 사이사이로 설탕을 넣어서 하루쯤 재웠다가 소주를 붓는데 설탕은 넣지 않아도 무방하다. 사과나 배처럼 신 맛이 강하지 않은 과일의 경우엔 레몬 1개를 함께 저며넣으면 술맛을 돋울 수 있다. 병은 숙성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투명하고 완전밀봉이 가능한 유리병이 좋으며 반드시 끓는 물에 소독한 뒤 사용한다.
■숙성과 보관
술을 담은 병은 알코올성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용기 입구를 비닐로 봉하고 뚜껑을 덮은 다음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시원하고 어두운 공간에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귤류는 1개월, 사과와 배는 1∼2개월, 모과는 2∼3개월, 대추는 4∼5개월 정도 두었다가 알맹이를 체로 걸러낸 뒤 술만 따로 담아서 좀 더 숙성시켰다가 먹는다. 숙성기간이 지났는데도 알맹이를 꺼내지 않고 그대로 두면 술맛이 탁해질 수 있다. 요즘 시판되는 용기는 색상과 디자인이 다양해 술을 담아놓으면 실내장식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 몸에 좋은 약술 만들기 *
■귤술:귤을 깨끗이 씻어 물기가 빠지면 통째로 용기에 넣는다. 술을 재료의 2∼3배 가량 붓고 밀봉해 그늘진 곳에서 보관한다. 빨리 먹고 싶다면 귤을 두토막 내어 담는다. 피로회복과 감기예방에 효과적.
■생강술:생강을 깨끗이 씻어 적당한 크기로 썬 다음 약간의 감초와 함께 용기에 담고 3∼4배 분량의 술을 부어 밀봉한다. 숙성기간은 3개월 정도.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며 구토증세나 설사, 이질을 완화하는데 좋다.
■치자술:11월경 동글동글해진 모양에 적황색을 띤 열매를 이용한다. 술 한되(1.8ℓ)에 밀가루 두홉, 치자 열매 20개의 비율로 용기에 넣고 보관한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찰 때 복용하면 효험이 있다.
■칡술:10∼11월에 칡뿌리를 채집해 깨끗이 씻은 후 적당한 크기로 썰어 사용한다. 칡 자체에 단맛이 많이 함유돼 있으므로 설탕을 가미하지 않는다. 혈압조정이나 견비통에 효과가 좋은 약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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