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을은 대학가요제로 시작해서 대학가요제로 끝난다. 음악을 사랑하는 끼있는 젊은이들과의 만남은 늘 나를 설레게 한다. 아마 좀더 나이가 든 후에도 내 가을의 전설은 대학가요제로 남을 것이다.지난 16일 밤. 영하의 체감온도 속에서도 객석은 여전히 흔들렸고 무대는 후끈했다. 행사가 끝난 후에는 새벽까지 대학가요제 선후배가 어울려 술을 마시며 『젊음이 좋다. 음악이 좋다』를 몇번씩이나 확인했다.
그러나 화요일(19일) 아침 한국일보를 펼치는 순간 나는 잠시 평정심을 잃었다. 「설 곳 잃어가는 대학가요」라는 제목이 나를 찔렀다. 「초기의 실험성은 사라진 채 대학가요가 대중문화에 잠식되었다」는 것이고 심지어 「그 노래가 그 노래는 아닌지」라고 기사는 묻고 있었다.
가끔 듣는 이야기긴 했지만 이번 대학가요제 만큼은 거듭나기, 새로나기의 판을 짜야겠다고 결심하고 또 나름대로 실천했는데… 아득하고 서운했다. 전국 1,000여개 팀에서 뽑은 보석같은(적어도 연출자인 나와 참가자들에게는) 노래들이 그저 그 노래라니…
내가 확신범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 눈과 귀에는 노래가 모두 달라 보였다. 가사에도 70년대 저항의식이 쇠퇴했다고 하는데 노랫말들을 다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대학문화를 대항문화라고 주장해 온 나로서는 억울하다는 느낌이다.
대학문화건 대중문화건 그 생명은 다양성이다. 남의 취향을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문화를 향유할 자격이 없다. 그들의 노래, 그들의 몸짓은 여전히 젊음의 증거들로 출렁거린다. 잃어버린 것들은 왠지 소중해 보이고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은 진짜가 아니라고 말하지 말자. 우리가 포크를 부를 때 트로트에 젖어있던 부모세대는 『그것도 노래냐』고 묻지 않았던가.
오래된 것은 오래된 대로 향기가 있다. 이제 대학가요제는 박물관에서 뛰쳐 나와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젊음의 열정이 있는 한 대학가요제가 설 곳은 여전히 있다.
/주철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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