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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구미리] 지하갱도 발견 '땅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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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구미리] 지하갱도 발견 '땅굴 논란'

입력
1999.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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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약 60㎞ 떨어진 경기 연천군 백학면 구미리 임진강변에서 지하갱도가 발견돼 땅굴탐사 민간단체와 군당국간에 북한 땅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북한땅굴을 추적해온 「남침땅굴 대책모임」(대표 이범찬·李範贊)은 20일 『지난해 9월부터 백학리 일대 지역에 대한 땅굴탐사를 벌인 결과 구미리 11번지에서 최고높이 2m, 너비 2-2.5m의 지하갱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대책모임은 또 『지상에서 수직으로 지하 30여m가량 파내려 간 후 30-40㎝ 간격으로 시추공을 박자 북한땅굴로 추정되는 지하갱도가 나타났다』며 『이 갱도는 중간부분의 높이가 2m, 가장자리가 1.7m가량이었다』고 말했다.

이범찬 대표는 『라지에스테지 방법에 의해 탐사한 결과 갱도는 연천군 백령리 사미천 부근에서 시작, 사동과 두일리를 지나 임진강변까지 10.7㎞나 이어져 있으며 북한 지역까지 포함시킬 경우 전장 12㎞가 넘는다』면서 『이 갱도가 북한땅굴로 밝혀질 경우 역대 최장기록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리는 91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땅속에서 폭발음에 가까운 굉음이 들리고 장마때마다 고인 물이 갑자기 빠지는 등 땅굴징후가 나타나 세인의 주목을 받았던 지역으로 서울의 최후방어선인 임진강 북쪽에 자리하고 있다.

탐사팀은 갱도의 바닥이 편평하고 반원형인 데다 갱도가 수평으로 이어져 있는 점 구미리 일대가 비석회석 지대이므로 석회동굴은 아니라는 점 주변지역의 크랙(풍화와 지각변동으로 인한 틈새나 구멍) 크기가 10㎝ 미만이어서 자연발생적인 지하수로일 가능성이 적다는 점 등을 땅굴의 유력한 근거로 제시했다.

현장 인부들도 『발굴 작업중 시추공에 찼던 물이 갑자기 빠져 나가는가 하면 지하 40m부근에서 시추공이 힘들이지 않고 쉽게 뚫렸다』고 진술했다.

현재 시추공 주변 갱도는 작은 돌멩이들로 채워져 있는데 탐사팀은 북한측이 탐사작업에 대응, 잡석으로 메워놓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추공사를 맡은 ㈜조광지질 하만금(河萬金) 부사장은 『현재 시추공을 뺀 자리에 출입구를 만들기 위한 콘크리트 작업을 진행중』이라며 『출입구가 완성되면 며칠내에 직접 지하갱도로 들어가 땅굴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합동참모본부는 『탐사현장에 대침투정보과와 육군땅굴탐사과의 전문가를 보내 분석한 결과, 이모씨 등이 발견한 지하의 빈 공간은 지층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동공으로 추정된다』며 『북한이 특수요원들을 침투시키기 위해 판 땅굴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같은 근거로 한·미 군당국이 보유한 군사위성 등의 감시를 피해 연천까지 땅굴을 파기는 불가능하고 현재 탐사중인 지점의 북방 수백m에 이미 수십개의 시추공을 박아 탐사했으나 땅굴을 발견하지 못한 점 등을 들었다.

이에앞서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 관계자 16명은 19일 오후 이곳을 방문,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황양준, 배성규, 김태훈기자

■주민반응

경기 연천군 구미리는 91년부터 간헐적으로 땅굴 징후가 발견돼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지역. 지하폭발음이나 착암기 소리를 들었다거나 멀쩡한 땅에서 찬바람이 솟아오르는 것을 경험했다는 주민들이 부지기수다.

마을주민 이모(39)씨는 『97년 9월께 무진동 발파음으로 추정되는 굉음을 듣고 난 후 집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고 정모(43)씨는 『96년 장마에 마당까지 찼던 물이 갑자기 빠지며 찬바람이 솟아 오르는 현상을 경험했다』며 『이번 장마에도 엄청난 속도의 바람이 땅바닥에서 솟아올랐다』고 증언했다.

93·94년에는 정모·제갈모씨가 장마로 고인 물이 갑자기 바닥으로 빠지는 현상을 경험하고 지하폭발음을 들은 적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44세대 100여명의 구미리 주민 대부분은 이번도 91년처럼 「해프닝」으로 끝나리라고 믿는 분위기다.

이장 최윤섭(44)씨는 『마을에서 하도 신기한 현상이 자주 일어나 밑에 뭐가 있어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것이 북에서 판 땅굴이라는 데에는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땅굴대책모임

「땅굴대책모임」은 98년 땅굴을 통한 기습남침이 우리의 평화유지에 심대한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판단한 이범찬씨와 2·3호 땅굴발견에 활약을 한 이종창신부 등 20여명의 땅굴전문가들에 의해 결성됐다.

이씨는 88년 12월 해병2사단 근무중 애기봉 근처에서 지하기계음을 확인하고 신고했지만 상부의 반응이 전혀 없자 『내 손으로라도 땅굴의 존재를 드러내자』며 13년을 땅굴찾기에 바친 외곬.

이신부는 2·3땅굴을 발견할 때 라지에스테지탐사(보통 수맥찾기에 사용돼 지하의 빈공간을 탐지해내는 공법)전문가로 참가했다. 이외에도 제2땅굴 탐사를 진두지휘한 정모 장군도 고문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도움없이 천주교, 조계종 등 종교단체의 도움과 땅굴대책모임 회원 자비 등으로 공사를 시작, 10월 마무리 작업을 할 때엔 중장비를 움직일 하루 70만원의 기름값이 없어 쩔쩔매기도 했다. 덤프트럭·포레인 기사들도 이씨 등의 뜻을 이해하고 최저생활비만 받고 작업에 동참, 5억2,000만원이 든 대공사를 치러냈다.

이씨는 또 『항간에서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아 한몫 챙기기 위해 땅굴을 찾는다는 말이 제일 견디기 힘들었다』며 『땅굴이 최종확인될 때까지 도와준 사람들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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