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금리가 3개월만에 8%대에 재진입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에 청신호가 켜졌다. 8%대 진입으로 금리안정→주가상승, 환매억제→금융시장 불안감 해소→대우 구조조정 가속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를 열 수 있게 된 것이다.배경 20일 채권시장에서 3년만기 회사채수익률은 전날보다 0.10%포인트 떨어진 8.96%를 기록했다. 회사채수익률이 8%대에 진입한 것은 대우사태로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던 지난 7월20일(8.94%)이후 3개월만이다. 금리에 관한한 일단 대우사태 이전의 평상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3년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도 전날보다 0.05%포인트 내린 연 8.25%를 기록했다.
금리 8%대 진입은 정부의 「의지」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달 27일부터 채권매수에 나선 채권안정기금의 매수규모는 9조3,000억원. 채권기금의 시장개입으로 사실상 거래마비상태에 있던 채권시장의 수급불균형에 숨통이 트이고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해소되면서 금리는 내림세로 돌아섰다.
의미 금리안정은 대우사태 이후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관심사중 하나다. 금리가 상승하면 주가가 떨어지고 투신권의 환매가 늘어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입장. 이는 대우 구조조정의 성패와도 직결돼 있다.
금리 8%대 진입으로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던 금융시장에 햇살이 비칠 것으로 보인다. 금리 8%대는 기력을 잃은 주식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민(金聖民)한국은행 채권팀장은 『금리가 8%대를 유지하면 투신사가 갖고 있는 채권을 팔아도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투신사의 환매사태는 어느 정도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망 당분간 8%대후반~9%대초반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수 있을 것이라는 게 채권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리 즉, 돈의 값이 오르려면 돈의 수요가 늘어야 하는데 올해안에는 그럴만한 뚜렷한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5대그룹이 부채비율 200%를 맞추기 위해 자금수요를 줄일 수밖에 없고 최근 경기회복도 설비투자를 동반하기보다는 재고조정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금리안정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채권기금의 자금력이 사실상 무제한 매입이 가능한 수준으로 커짐에 따라 금리하락기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 금리수준이 실물경제를 반영했다기보다는 「보이는 손」에 의해 관철된 것인 만큼 자금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물가불안 등 최근 인플레압력이 가시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언제까지 인위적으로 저금리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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