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가장 역점을 둔 대목은 경제·대북정책·선거구제 등 크게 3가지다. 이총재는 우선 현 정권이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경제회복이 「허구에 가득찬 선전」임을 입증하고자 했다. 『강도높은 개혁의 결과라는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의 부실을 은행이 떠안고 은행의 부실을 정부가 떠안아 이를 국민세금으로 메우는, 천문학적인 국가채무를 대가로 한 것』이라는 게 이총재의 반론 요지였다.대우그룹과 삼성자동차 사태, 투신사 구조조정, 인위적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증가, 재벌개혁, 관치금융, 대량실업 등의 문제도 주 목록에 올랐다. 연설문에서도 언급했듯 이총재는 『정부와 여당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정략적 차원에서 경제정책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어했다. 이는 회복국면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 경제상황이 한나라당에게는 총선의 가장 큰 짐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역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총재는 현 정권의 햇볕정책 비판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총재는 『국민의 합의를 얻지 못한 현 정권의 유화정책은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사실상 평양에 갖다바치는 결과를 낳았다』고 힐난하면서 『억제와 표용, 채찍과 당근의 균형잡힌 「선택적 포용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총재에게 햇볕정책은 보수우익의 지지를 가장 확실히 견인할 수 있는 소재라 할 수 있다. 이총재는 또 여권이 추진중인 중선거구제에 대해 『국민회의 강령에서조차 「중대선거구제는 당내 파벌형성, 막대한 선거비용, 정국의 불안정과 신진인사 진출 제약 등의 폐해가 심각해 주요 국가들이 폐기한 제도」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고 적시한 뒤 『여당이 선거법 개정을 단독으로 강행처리할 경우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총재의 소선거구제 사수입장 천명은 차제에 선거구제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지 않을 경우 「정치자금 문제와 바터 가능성」 등 오해와 분란의 소지를 남겨두게 된다는 현실인식에 바탕한 것이었다. 이총재는 당초 연설문 초안에 없던 탈북자와 교권실추 문제를 반드시 포함시킬 것과, 내용은 맵게하되 표현은 부드럽게 할 것을 연설문 작성팀에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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