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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국희' 가 오늘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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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국희' 가 오늘을 말한다

입력
1999.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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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을 적극적 의지로 극복하는 모습 등 요즘에 봐 줄만한 가치 있는 내용이 있어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이승렬 PD). 『단순한 사랑타령이 아니라 우리의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간 사람의 삶이 역동적인 화면구성으로 전개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작가 정성희).9월 13일 첫 방송 뒤 2주 만에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요즘 시청률 40%가 넘는 인기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MBC 월·화 드라마 「국희」. 담당 연출가와 작가가 나름대로 분석한 인기요인이다.

요즘 방송사나 시청자들 상당수가 드라마에서 감각과 가벼움, 그리고 표피적인 재미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속에서 40~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 기업인의 성장 과정을 그린 시대물, 「국희」가 단연 장안의 화제다.

시대물 드라마에는 함정이 한 가지 있다. 흘러간 옛날의 단순한 재현 아니면 박제돼버린 역사의 전시장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하지만 「국희」는 그렇지 않다. 40~60년대가 철저히 현재성을 띠고 전개된다. 한 여성 기업가와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이 빛바랜 사진틀 속의 사람이 아니라 의미있는 「오늘의 사람」으로 다가온다. 「국희」에서 여성 기업가로 성장하면서 겪는 정경유착, 기업가들의 해외차관 전용 등도 어제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의 문제다.

「국희」 에선 「절망은 없다」 식의 단순한 자서전적 인물을 거부한다. 또한 시대물의 전형, 인내하고 지고지순한 여성상도 과감히 파괴한다. 대신 그 자리에 강인한 여성전사로서의 주인공을 내세웠다. 고리대금업자에게 제과점을 빼앗기고 어금니를 깨물며 『꼭 다시 이 자리에 세울거야. 반드시!』라고 외치는 주인공 김혜수. 어쩌면 요즘 우리 사회에 필요한, 그리고 여성들이 바라는 새로운 인물의 전형이 아닐까? 바로 이점이 30~40대 뿐만 아니라 20대 여성들까지 이 드라마에 환호를 보내는 이유일 것이다.

역동적인 스토리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화면 구성 역시 시청자의 눈길을 잡는 요인. 인물 캐릭터에 초점을 맞춰 필요없는 사건이나 시대 상황은 거침없이 생략한다. 6·25조차도 한 장면으로 처리하는 과감한 스토리 전개다. 한 장면을 수십번 촬영해 철저히 의도된 화면을 연출,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했다.

「국희」의 또다른 인기 비결은 아역 연기자에서 성인 연기자로 전환하는 과정이 자연스러웠다는 점. 「국희」에는 「아역이 인기가 높으면 성인 연기자가 등장할 때 인기가 떨어진다」는 징크스가 통하지 않았다. 6부까지 인기 견인차 역할을 했던 아역 박지미, 김초연의 빛나는 연기 패턴을 김혜수, 정선경이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김혜수는 어린 박지미의 표정까지 거의 비슷하게 연기하고 있어 시청자들이 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국희」 도 약점은 있다. 시대상황에 잘 맞지 않는 연기와 선악의 전형적인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단순한 구도, 그리고 여주인공이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과다한 우연성 개입 등이 시대물의 진수인 리얼리티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강인한 여인상, 여인을 떠나 강인한 삶의 자화상이라는 점에서 폭넓게 공감하는 좋은 드라마』라고 PC통신에 올린 한 시청자의 말처럼 「국희」는 모처럼 만나는 건강한 드라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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