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정치권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수면 위에선 여야가 각을 이뤄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지만 수면 아래선 내년 총선 전후를 겨냥, 정치판의 변화를 이뤄보기 위한 「예비 합종연횡」의 움직임이 활발하다.■여와 야가 물밑에서 만났을 때
정치권의 합종연횡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항상 이름이 나오는 모 야당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여권 핵심부 인사들로부터 만나자는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측도 있고 동교동측도 있다. 총선 전후의 다양한 문제들을 논의하자는게 아닌가 싶다』
한때 여권 합류설이 유력하게 나돌던 다른 야당 중진 두명도 여권 핵심부 인사들과 여전히 교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는 A중진의 세(勢)에 대해 면밀히 탐문하고 있으며 B중진의 경우는 여권의 모실세와 거의 정기적으로 접촉,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을 상대하는 여권 핵심인사들의 속셈에 대해 여당 소식통은 이렇게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중선거구제 관철을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신당의 외연 확대 또는 총선 이후의 정치상황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다』
다른 여당 관계자의 설명은 보다 구체적이다. 『현 야당 인사들로까지 신당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면 신당이 국민회의의 아류로 보는 시각을 확실히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이런 설명도 있다. 『우리로선 내년 총선 결과도 고려해야 한다. 아직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국민회의가 안정의석을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현재의 공동정권 형태와는 또다른 합종연횡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터를 닦아 놓아야 한다』
■TK·충청권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우리끼리 뭉치자』는 신당 창당 시도가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6공시절 이미 3당 합당 과정에서 연출 실력을 톡톡히 발휘했던 자민련 박철언(朴哲彦)부총재가 이번에도 스스로 짐을 짊어지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떠도는 설(說)들. 『박부총재는 이미 여야의 TK 주요인사들을 광범위하게 접촉, 자신의 신당창당 구상을 설명하고 동참을 요청했다고 한다. 박태준(朴泰俊)총재 등 자민련내 TK 인사들은 기본이다』 『이수성(李壽成)민주평통 수석부의장도 최근 박부총재와 만났다더라. 박부총재가 이부의장에게 신당 대표역할을 맡아줄 것을 권유했으나 이부의장이 사양했다는데…』 『자민련 TK원외위원장들이 18일 집단 회동, 신당 창당을 추진키로 결의했다』등등. 박부총재는 20일 기자와 만나 이부의장 접촉설을 부인하면서도 앞일에 대해선 여지를 남겨뒀다.
충청권에선 자민련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가 공개적으로 비(非)JP계 충청세력의 합종연횡을 꾀하고 있다. 이미 자민련내 비주류로 편입된 이인구(李麟求)·김칠환(金七煥)의원이 적극 가담자로 분류되고 있고 이상만(李相晩)·정우택(鄭宇澤)의원도 김부총재와 골프회동을 가진 사실이 보도됐다. 김부총재측은 당외의 장기욱(張基旭)·윤재기(尹在基)전의원에게도 손길을 내밀고 있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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