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은 한국 발레의 중흥기로 기록될 것이다. 공연 수준이 놀랍게 올라갔고 객석은 붐비기 시작했으며 무용수들의 국제콩쿠르 입상 소식이 줄줄이 이어졌다. 무대에서 짧은 다리를 안쓰럽게 움직이며 툭하면 넘어지곤 하여 관객을 실망시키던 게 옛 일이 됐다.발레 대중화 현상이 가장 잘 드러나는 사례는 국립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발레 시리즈」다. 97년 5월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 등 관객으로 미어터진다. 지난해의 경우 2-11월 월 1회 공연의 1년치 표가 4월까지 다 팔렸다. 국립극장 소극장(454석)이 꽉 차서 입석표를 팔고도 미처 입장하지 못한 관객 100여명이 로비에서 모니터로 공연을 봤을 정도. 관객의 호응에 신이 나 올해 대극장(1500석) 공연을 추가해 월 2회로 늘렸는데 대극장 공연도 객석 점유율과 유료관객 비율이 90%에 달할 만큼 여전히 인기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올해 1-4월 월 2회 주말 상설공연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발레 관객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공연도 낮으면 65%, 높으면 80-90%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했다.
발레 관객이 증가한 것은 무대 수준이 훌쩍 높아졌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체계적으로 훈련받고 돌아온 여성 무용수들이 무대에 서기 시작했고, 이원국 김용걸 박재홍 등 뛰어난 남성 무용수들이 등장하면서 발레가 볼 만해졌다. 김지영-김용걸(98 파리 국제 발레콩쿠르 듀엣 부문 1등) 등 여러 무용수의 잇따른 국제콩쿠르 입상도 한국 발레 르네상스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모든 발레에 손님이 많은 것은 아니다. 학예회처럼 하는 끼리끼리 공연이나 실적쌓기용 부실공연이 여전히 많고 그런 데는 관객이 적다. 또 무대장치나 제작시스템도 아직은 뒤져있는 편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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