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청이 도마위에 올랐다. 도·감청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디지털 휴대폰 외에도 일반 대화, 유선전화, 팩스, 전자우편 등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정부기관뿐 아니라 개인간에도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도·감청이 성행하고 있다. 최첨단 과학기술과 장비를 동원한 도·감청앞에 국민의 기본권인 사생활의 비밀이 위협받고 있다.■도청이란
남들의 대화를 은밀히 엿듣는 도청의 기본원리는 증폭이다. 전화선이나 무선으로 전달되는 대화(음파)를 중간에 포착, 녹음 또는 전송하기 위해서는 작은 소리를 크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청장비는 보청기와 원리가 똑같다. 여기에 원하는 소리만 뽑아서 크게 만드는 것이 고급기술에 속한다. 도청기 내부는 소리를 잡아내는 집음기(集音器)와 이를 증폭하는 앰프, 잡은 소리를 전송하는 송신장치로 이뤄진다. 과거에는 도청기 크기가 제법 컸지만 최근에는 하나의 칩 안에 모든 기능이 들어가 극도로 소형화하고 있다.
■도청의 종류
대표적인 것이 유선전화도청. 전화선이나 옥외전화단자함에 도청기를 부착, 도청하는 방법이다. 간단한 전자상식만 있으면 가청범위 50㎙정도의 도청기는 쉽게 만들 수 있다. 전화국에서 각 가정이나 사무실을 잇는 전화선이면 어느 곳이든 붙일 수 있다.
UHF 주파수대역을 사용하는 아날로그휴대폰과 무선전화도 기지국의 주파수에 맞춰 수신하면 손쉽게 도청이 가능하다. 청계천 세운상가 등에서는 전대역의 주파수를 살펴볼 수 있는 전파스캐너가 공공연히 판매되고 있다. 또 휴대폰마다 다른 고유번호를 도청기에 입력해 놓아도 통화내용을 엿들을 수 있다.
■첨단도청기술
전 세계적으로 정보전쟁이 가열되면서 도청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수수께끼의 궁전」으로 불리는 미 국가안전국(NSA)이 보유한 도청기술들이 최첨단으로 꼽힌다.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소재가 됐던 이곳은 사람의 음성이 일으키는 공기파장을 잡아내고 유리창에 부딪친 음성이 일으키는 진동을 반대편에서 레이저로 되쏘아 파장을 알아내 내용을 파악할 만큼 고감도 도청장비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모니터 화면에 흐르는 전자파의 파장과 굴곡으로 문서편집기, 전자우편등의 글자를 읽어내는 기술등 첨단을 달리는 도청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NSA는 이미 80년대 초반부터 일본 미자와, 필리핀 루손섬, 미국 하와이 등에 축구공 형태의 안테나를 설치해놓고 인근지역에서 나오는 유무선 전파를 모두 잡아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에서는 또 실내를 감시할 수 있는 소형카메라와 도청기를 함께 부착한 딱정벌레크기의 첩보비행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NSA는 90년대 들어서는 유럽연합과 공동으로 전세계 도청시스템인 「에셀론(echelon)」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의 인권단체인 스테이트워치의 주장에 따르면 에셀론에는 NSA, 뉴질랜드 통신보안국(GCSB),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 캐나다 통신안보국(CSE), 오스트레일리아 방위신호위원회(DSD)가 참여하고 있다.
■첩보위성
요즘은 도청을 위해 첩보위성이 활약하는 시대. 미 공군이 96년 4월 쏘아올린 볼텍스위성이 대표적인 음성도청위성. 미 국가정찰국(NRG)이 운영하는 이 위성은 과거 모스크바 시내를 달리는 차 속에서 러시아 정보기관 간부의 대화내용을 훔칠 정도다. 이밖에 미사일 및 군사장비의 전파신호를 잡아내는 오리온 및 애커퀘이드 위성과 러시아가 60년대부터 운용중인 첼리나위성이 첩보위성으로 꼽히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도청 막는 방법
도청을 막는 기술을 방청(防聽)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도청기술에 비하면 아직은 역부족. 완벽하게 도청을 막는 방청기법은 없다.
도청을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도청기의 송신전파를 흡수하도록 완전밀폐된 금속방에서 대화하는 것.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백악관이나 미국 정보기관의 외국주재 사무소는 이중유리창을 사용한다. 두겹으로 된 유리창 사이에 물을 흘려보내거나 음악을 틀어서 내부의 소리를 차단한다. 청와대도 이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민간인이 도청여부를 알기는 어렵지만 TV화면이 갑자기 흔들리거나 가로줄이 생길 경우, 전화기의 수신감도가 갑자기 떨어질 경우 등은 일단 의심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도청을 막으려면 전화공사를 할 때 되도록 자리를 비우지 말고 잘못 걸리거나 말이 없는 전화는 상대가 끊을 때까지 기다리는게 좋다. 인피니티도청기의 경우 수화기를 내려 놓는 순간 작동해 방안의 소리를 외부로 전송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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