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잘못된 구조조정 프로그램 때문에 잘나가던 직장에서 퇴직하고 생계문제로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15일 IMF를 상대로 4,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중소기업 퇴직자 한호연(韓皓淵·35·사진)씨는 『IMF가 금리와 환율을 무리하게 올리고 기업의 자금줄을 틀어막아 중소기업이 흑자도산하고 서민들이 실업으로 고통을 겪었다』며 IMF로 인한 상실감과 생활고를 설명했다.
한씨는 IMF 직전까지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H사에 다니던 전도유망한 직장인이었다. 회사도 97년초 국내 굴지의 자동차사에 철판부품을 납품하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IMF체제가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높은 환율로 원자재가격 부담은 2배가 됐고 고금리 정책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은행 돈줄이 끊겨 이자조차 갚기 힘들게 됐다. 월 3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거의 제로상태로 떨어졌고 이미 받았던 주문도 취소요청이 쇄도했다.
일감이 없어지고 부도위기에 몰리자 회사측은 직원들을 한명 두명 내보내기 시작했다. 반년만에 전직원의 70%가 퇴직했다. 창업멤버나 다름 없었던 김씨도 지난해 9월 눈물을 머금고 회사를 떠나야 했다.
한씨는 퇴직후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1년 가까이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월수입이 200만원이 넘던 한씨는 노모와 부인, 두아이와 함께 실업급여로 근근히 먹고 살아야 했다.
한씨는 『IMF가 현실을 무시한 채 무리한 구조조정 정책을 밀어붙이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참담한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IMF가 정책잘못을 인정하고 적절한 손해배상을 하기 전까지 소송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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