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의학자들의 감정소견에 동의할 수 없다』 『일부자료만으로 침소봉대하고 있다』「한국판 O.J.심슨 사건」으로 불리는 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이 스위스 로잔대 법의학연구소 토머스 크롬페처(53)박사의 증언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변호인들이 「비장의 카드」로 초빙한 크롬페처 박사는 전세계법의학학회장인 버나드 나이트 교수와 함께 국제 법의학계에서 손꼽히는 인물.
그는 19일 열린 95년6월 외과의사 이모(37)씨 집에서 발생한 모녀피살사건의 파기환송심 5차공판에서 『1만구 넘는 시신을 검안한 법의학자로서 동료들과의 토론한 결과 사건발생당시 모녀에 대한 검안과 부검을 담당한 한국 법의학자들의 소견에 이론의 여지가 있다』며 색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시신의 경직정도를 뜻하는 시강(屍剛)과 시신에 남는 시반(屍斑)을 검토한 결과 모녀의 살해시각은 이씨의 출근시간인 오전 7시이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검찰은 지금까지 『모녀의 위장속 음식물이 소화된 정도로 미뤄 볼때 이씨가 출근전 이들을 살해한게 틀림없다』며 변호인단을 궁지에 몰아넣어왔다.
크롬페처 박사는 또 『법의학상 사망시간 추정은 신속하게 현장에 접근, 가능한한 많은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야 오차를 줄일 수 있다』고 전제, 『그러나 한국 법의학자들의 감정서 중에는 사건발생후 24시간이 지나서 시신을 본 사람과, 직접 검안하지 않은 사람의 것도 포함되어 있다』며 감정서의 법정증거능력에 의문을 표시했다.
반대신문에 나선 검찰은 『크롬페처 박사의 의견은 피고인에게 일부 유리한 자료에 기초한 것』이라며 『그의 논리에 따라 사건을 재구성하면 사망시간조차 어긋나는 등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반박했다.
1심 사형, 2심 무죄, 그리고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이사건은 그동안 직접증거없이 정황증거만으로 검찰과 변호인단이 4년넘게 공방을 벌여왔다. 특히 사건의 흐름상 마지막 고비를 맞은 변호인단은 이씨의 무죄를 다툴 수있는 단서로서 모녀의 사망시간에 매달려왔다. 다음 공판은 12월
■치과의사 모녀 피살사건
외과의사인 이모씨는 95년6월12일 부인인 치과의사 최모(사망당시 31세)와 한살배기 딸을 자신의 아파트에서 목을 졸라 살해하고 현장에 불을 지른 혐의로 같은해 9월 구속기소됐다. 이씨는 검거당시부터 법정에서까지 일관되게 범행사실을 부인해왔다.
21일.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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