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이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수백명의 학생들이 나왔다가 촬영장의 차태현을 보자 이름을 부르며 사인공세를 펼친다. 스태프가 학생들을 저지하기에는 역부족. 역시 인기 「짱」이다. 인기탤런트 차트에서 늘 1, 2위이다.경복여고, 등원중 등 4개 학교가 밀집한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거리. 「안녕 내사랑」 후속으로 27일부터 방송하는 MBC 수·목 미니시리즈 「햇빛 속으로」(이선미 극본, 박성수 연출)를 촬영중이다. 차태현(23)은 주연을 맡았다.
『올들어 MBC 「해바라기」, SBS 「해피 투게더」, MBC 「사랑해 당신을」 등에서 학생이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연기해 인기가 높아졌나봐요』 차태현은 싫지 않은 듯 개구장이처럼 노래를 흥얼거린다.
동안(童顔)인데다 귀여움이 넘친다. 요즘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층에게 터프한 남자는 인기가 없다. 인기절정의 가수 조성모, 탤런트 김호준 등이 한결같이 귀엽고 부드러운 인상이다. 차태현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KBS 슈퍼탤런트에 입상, 연예계에 입문한 지 4년. 『저는 연기를 한다고 생각 안해요. 배역을 맡으면 곧 바로 나 자신이다 생각하고 생활도 배역처럼 하지요』 그래서 변화무쌍한 캐릭터 변신에 두려움이 없다고 했다. 옆에 있던 박성수 PD는 차태현의 캐릭터 흡인력이 일반 연기자보다 뛰어나다고 평한다.
그에게는 연기자로서 아직 카리스마가 없다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배역의 집중력이 뛰어나 「해바라기」의 귀여운 의사역, 「해피 투게더」의 어설픈 깡패역, 「사랑해 당신을」의 채림을 짝사랑하는 대학생역 등을 무리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나이에 걸맞지 않는 능란한 연기는 그의 성장과 관련있다. 유년시절부터 성우인 어머니, 방송사 기술직에 있는 아버지 때문에 자연스럽게 방송·연예계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그는 신인 중 드물게 자신이 맡는 배역을 골라서 한다. 신인으로선 위험천만한 일이다. 연출자의 제의를 거절하면 그것은 곧바로 괘씸죄(?)로 연결, 다른 드라마 배역 제의가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연기자는 길게 보고 연기를 해야지요. 당장의 인기만을 생각해 소화 못할 캐릭터를 맡으면 문제가 생겨요. 방송사의 미움을 받더라도 제가 연기할 수 있는 배역을 골라요』
이번 「햇빛 속으로」에서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반항적인 젊은이역을 맡게 돼 그는 난생 처음 귀를 뚫어 귀고리를 달았다. 『이왕 할 바에 확실하게 변신해야지요』 간단하다.
서울예술대학 졸업 후 공부를 더 하고 싶어 경기대 방송매체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생 연예인들이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데 저는 학교생활도 연기의 연장이라고 생각해 결석을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천진난만해 보이지만 든든한 면도 있다.
「햇빛 속으로」
기성세대의 부정적 가치관 속에서 상처받은 젊은이들의 방황과 사랑을 그린 청춘 드라마. 드라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을 유일한 미덕으로 여기는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이들의 반항심을 주축으로 전개되다 주인공들이 진정한 사랑을 찾는 것으로 끝난다. 이혼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차태현은 재벌 총수인 아버지의 불륜으로 태어난 김하늘과,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었지만 건강하게 자란 김현주 사이에서 부모의 의사에 따른 정략결혼이냐 사랑이냐를 놓고 고민하다 진정한 사랑을 찾아간다.
박근형, 김용건, 김영란, 선우용녀, 백윤식 등이 젊은 연기자와 호흡을 맞춘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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