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에게는, 신생 극단 청년의 「미친 햄릿」이 어처구니 없는 짓거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해체에 가까운 원전의 재해석, 날렵한 전환 등은 극적 상상력과 그 무대화에 한계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인물의 변신이 뭣보다 눈에 띈다.햄릿의 친구 호레이쇼는 시시콜콜한 것(체모나 콘돔 등)만 캐는 젊은 학자로 변신한다. 오필리어의 오빠는 람보가 무색한 근육질이다. 항상 웃통을 벗은 채, M_16 소총을 들고 나온다. 햄릿의 이미지와 정반대다. 햄릿의 의붓 아버지는 머리에 노랑물을 들여 경박하기 그지 없다.
오필리어는 더욱 가관. 하얀 드레스로 성장을 하고는, 세상사와는 전혀 무관한 듯 언제나 미소를 띠고 있는 모습이다. 세상일 모르는 처녀 오필리어는 광기의 햄릿을 보고는 미쳐버려, 유아의 정신 상태로 퇴행한다. 햄릿은 반항기 가득한 청년. 운명앞에 번민하던 그는 드럼 세트에 앉아 제목대로, 미친 듯 두들겨 댄다.
가뜩이나 작은 극장 혜화동 1번지의 무대는 이 극을 만나 더욱 궁색해졌다. 무대 세트는 하나도 없다. 신디사이저, 드럼 세트, 한국의 전통 북이 하나씩 썰렁한 무대를 채울 뿐. 출연 배우들이 연기와 연주를 겸한다.
마로위츠의 희곡을 텍스트로 한 극단 무천의 「햄릿 프로젝트」에는 비길 엄두조차 나지 않으리 만치 초라하다. 해체와 재구성의 의욕은 그러나 넘쳐난다. 각색·연출자 김민호(31)는 『순수 창작 「햄릿」이 늘 아쉬웠다』고 한다. 31일까지 혜화동 1번지. 화~목 오후 7시30분, 금~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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