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때 실종된 미군의 유해 4구가 25일 처음으로 미 공군기에 의해 평양에서 일본의 요코다(橫田) 미 공군기지로 송환된다. 요코다_평양 항로가 미군 유해 송환통로로 합의되면서 「미제의 쌕쌕이」가 평양 하늘을 수시로 드나드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실은 그동안도 미국의 일부 고위인사들은 요코다기지에서 미군기를 타고 평양을 오갔다.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올해 5월 한미일 3국의 대북 권고안을 제시하기 위해 평양에 갈때 요코다기지를 이용했다.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담당 특사도 요코다에서 평양으로 직행하는 「귀빈」이다. 97년 7월에는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미대사와 샘 넌 전 상원군사위원장 일행이 이 항로로 방북했다. 96년 11월에는 빌 리처드슨 민주당 하원의원(현 에너지부장관)이 북한이 스파이혐의로 구속중이던 한국계 미국인 에반 헌지커를 미군기에 태워 요코다로 돌아왔다.
그러나 미 대통령 특사 자격의 극소수에게만 허용되던 비밀항로가 이제부터는 미군 유해 수송을 통해 상시적인 북미 교통로로 확대되는 셈이다. 미국이 첩보위성과 U2 정찰기 등을 통해 북한의 하늘과 지상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어 미군기가 영공을 드나드는 것이 군사적으로 더이상 부담이 아니라는 현실을 북한이 인정했다고 봐야 한다. 또 앞으로 북한 영공의 확대 개방때 미군기의 이같은 비행기록은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도 있다. 평양에 미국의 연락사무소가 설치될 경우 현재 판문점을 통한 인원·문서·물자의 이동을 요구하는 미국측 주장에 반대해온 북한이 요코다_평양 통로를 대신 제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도쿄도(東京都)내에 있는 요코다기지는 미 제5공군사령부, 374 항공보급대대, 630 항공기동지원중대 등이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 공군의 중핵기지이다. 1938년부터 일본 제국 공군이 전투기 시험장으로 사용했던 시설을 1945년 9월4일 미군이 진주하면서 차지했다. 한국전쟁때는 미 극동공군(FEAF) 폭격사령부가 요코다기지에 설치돼 북한에 가장 심대한 타격을 입혔던 B29 폭격기를 한국 전선으로 출격시켰다.
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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