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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적나라한 말의 성찬 '비속어사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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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적나라한 말의 성찬 '비속어사전' 출간

입력
1999.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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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이지 않구? 내 상투는 외자루 튼 줄 아느냐? 내 벌써 이태 전에 성취하여 대가리가 호박덩이만한 소생이 돌바기다 이놈들. 어서 엿값 내라」(김주영의 「객주」). 「잉, 쩌년이 우리 고상시킴서 정 도장 받으로 댕기먼 우리 둘이서 착 뒤집어 놓고 돌림빵을 혀서 버리장머리럴 고칠 수도 있다 그것이여(조정래의 「태백산맥」).비속어는 어감이 좋지 않거나 점잖지 못한 낱말이나 표현을 가리키는 말. 상스럽게 여기면서도 생활에서 적지 않게 사용하고, 또 그 독특한 말의 매력 때문에 대화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우리 말의 비속어 8,000여 개를 모으고 낱말마다 문학작품 중심으로 출전을 밝힌 「국어 비속어 사전」(프리미엄북스 발행)이 나왔다. 강남대 김동언 교수가 만든 이 책은 1,100쪽 분량에 속되게 쓰는 말들을 한꺼번에 끌어다 모은 첫 사전이다.

김교수는 비속어의 특징을 인간의 심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서 말을 빨리, 쉽게, 인간적으로 할 수 있게 하고 사람끼리 친밀함을 느끼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 사전을 만들면서 출전을 살핀 결과 비속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설가는 이문구씨, 그리고 김주영, 조정래, 박영한씨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속어가 자주 등장하는 소설은 김주영의 「객주」, 조정래의 「태백산맥」, 이문구의 「우리동네」, 백기완의 「장산곶매 이야기」.

외래어 가운데서는 일어 비속어가 가장 많았다. 가방모찌(가방 심부름꾼), 나이롱뽕(화투놀이의 한가지), 뗑깡(생떼), 분빠이(불량배들끼리의 나눔) 따위 지금도 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들이다. 비속어의 표현 대상에는 사물이나 물건 따위도 있지만 사람과 관련한 것이 대부분이다. 특기할만한 것은 사람의 행위 중에서도 욕설과 성행위에 관한 것이 많다는 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 「갈보 여우 같은 년」 등이 그런 경우다. 김 교수는 『우리 민족은 성을 부정(不淨)한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더러운 것을 욕하는 데 주로 성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5만원.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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