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의사회」에 우리 국적 의사가 있느냐구요. 멀었어요. 병원의사 개원의사 따로 놀고, 노장의사 소장의사도 서로 겉도는데 한 목소리가 나오겠습니까』「국경없는 의사회」(MSF)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15일 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 45개국 3,000여명의 의사가 「국경없는 의사회」 회원으로 활동중인 만큼, 적어도 수적으로는 「의료 선진국」을 자처해온 우리나라 의사 몇사람쯤은 이 단체에 가입돼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마디로 꺾는 대답이었다.
그렇다면 의사 단체들은 「국경없는 의사회」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궁금해 전국 6만5,000여명의 의사가 회원으로 가입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를 찾았다.
답변은 간단했다. 『(우리)회원중엔 (MSF에)가입한 사람이 없어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 대한병원협회에는 이 단체에 우리 의사들이 가입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글쎄요. (의사들이)바쁘잖아요. 국내에서 하는 일이 많다보니 밖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던게 아닐까요』
사실 우리 의사들은 「본연의 업무」인 진료외 일이 너무 많다. 특히 2만명이 넘는 병원의사들이 심하다. 의대강의에다 각종 세미나 참석은 기본이고 유관기관 관계자 모임에도 수시로 얼굴을 내밀어야한다.
서울K병원 L(42)씨는 『외래환자도 1주일에 2번밖에 보지 못하는데 해외봉사는 엄두도 못낼 일』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소속된 200여명의 의사가 사후 장기기증을 서약해 화제를 모았던 30-40대 소장파 의사모임인 「청년의사」 관계자의 말은 좀 달랐다.
『우리 의사들이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합니다. MSF가입조건이 1년무급을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것도 사실이지만 인도주의 정신이 앞선다면 가입 못할것도 없습니다』
가까운 일본은 물론, 우리에 비해 의사수가 훨씬 적은 많은 나라 의료진이 국경을 잊고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어디에도 의사의 「국경」은 없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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