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산하 상당수 변전소들이 가족과 친인척을 유령노무자로 내세워 연간 수백만~수천만원씩 일용직 노임을 조직적으로 빼돌린 사실이 경찰조사 밝혀졌는데도(본보 10월15일자 23면) 한전측은 관련직원들을 징계하기는 커녕 수사기관에 로비를 벌여 사건 축소·은폐 의혹까지 일고 있다.◆수사확대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는 18일 영서전력소 산하 M순회반 6급직원 김모(37)씨 등 12명을 공문서위조와 사기 및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이 전력소 산하 6개 유인변전소 직원 30여명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여의·사당변전소 등 2개 변전소에서도 노임횡령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증거를 포착, 남서울전력관리처 산하 28개 변전소로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은 한전으로부터 서울지역 변전소의 일용직노무자 260명의 명단을 넘겨받아 이중 60여명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결과 이중 절반이상이 하루도 일한 적이 없는 유령노무자였고 나머지도 근무일수가 2-3배 가량 부풀려진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나 제초작업을 하는 잡역부는 변전소당 보통 2-3명이면 충분한 데도 5-6명으로 늘려 보고했다』며 『노임횡령 비리가 5년여전부터 조직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횡령수법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기존 노무자들의 근무일수를 5일에서 20일로 부풀리거나 자신의 부인과 누나 동생 조카 등 친인척을 동원, 통장을 개설하고 일용직노무자로 올린 뒤 실제 근무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1인당 하루 4만여원씩 지난 1년간 2,600여만원을 빼돌렸다.
오류변전소 직원 이모(40)씨는 자신의 부인을, 목동변전소 최모(41)씨는 자영업을 하는 누나 2명을 유령 노무자로 올려 50만-120만원을 빼돌렸다.
일용직으로 기재돼 수십만원의 노임을 받은 전직원의 친척 김모(20)씨는 그 기간중 군복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노임 과다계상은 어느 변전소에서나 이뤄지는 공공연한 관행』이라고 항변, 노임횡령이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반증했다.
◆축소·은폐의혹
경찰에 따르면 영서전력소측은 지난주말 관련 직원들을 소집, 임금통장을 유령노무자들에게 돌려주게 한 뒤 『파면이나 징계를 하지 않겠으니 함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전 고위인사들이 연일 경찰을 방문, 『사건을 확대하지 말아달라』며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비리관련자들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변호사를 통해 『노임 2,600만원을 회사측과 합의하에 16일 모두 갚았다. 우리가 구속되면 관할구역 주민 수십만가구가 정전 등으로 피해를 볼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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