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의 근본원칙과 취지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 약의 오용과 남용을 막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시킬 책임이 있는 의사협회 약사협회 병원협회가 모두 여기에 찬성한다.그러나 구체적인 시행제도의 선택에 있어서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고 각 기관의 이해타산이 얽혀 감정의 골이 깊어만 가고 있는 것같아 안타깝다.
이가운데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병원에 대해 외래환자 대상의 약 판매를 제한하는 것이다.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만 항생제나 다른 위험한 약을 살 수 있게 만든 제도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의약분업의 원칙은 국민건강권과 직결되는 매우 주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어디서 약을 사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사리(私利)에 관계되는 일이므로 전적으로 시장경제의 원칙에 맡겨두어야 할 것이다.
병원 약국의 약이 싸고 사기도 편하다면 병원 약국을 이용할 수도 있어야 하고 반대로 병원 밖의 약국에서 약을 더 싸게 살 수 있다면 당연히 그리로 가서 약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는 경쟁에 의한 가격제어와 품질관리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특징이 있다.
다른 약국보다 비싸거나 서비스가 나쁘면 자연히 고객을 잃고 문을 닫게 된다. 이를 인위적인 제도로 만들어 통제하는 것은 사회주의에서나 통하는 이론이며 양질의 진료를 추구하는 의료분야에서는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의약분업제도는 이를 무시하고 새로운 규제를 더 만들어가는 역행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병원 약국에서 약을 사거나 병원 밖 약국에서 약을 사는 문제는 전적으로 환자의 선택에 맡겨져야 한다.
모처럼 시작한 의약분업이 자칫 규제의 양산과 경제의 왜곡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당국은 외래환자의 병원 내 약국 이용금지 조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김평웅=서울위생병원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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