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지혜롭게 훈육하는 방법자녀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사랑의 매」가 불가피하다고 믿고 있는 주부 이수진씨(32). 최근 다섯살 된 딸 아이에게 회초리를 들었다가 당혹스런 일을 겪었다. 아이가 종아리를 맞고나서 바지를 걷어내리더니 『안 아프다!』라고 소리 지르며 집밖으로 뛰쳐나간 것. 이씨는 아이가 체벌에 수긍하기는 커녕 오히려 반발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자신의 훈육방법을 되돌아보고 있다.
한국소비자리서치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20, 30대 어머니의 무려 90%가 「자녀 교육에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훈육이 대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격언이 통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정말 체벌은 아이교육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며, 다른 대체방법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부모가 감정에 치우쳐 충동적으로 체벌하면 자녀는 수긍하기 보다는 반발하기 마련이며 깊은 정신적 상처를 입게 된다고 말한다. 맞고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되어 배우자나 자식을 때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는 체벌이 그대로 넘어갈 문제가 아님을 말해준다.
수원여대 교육학과 이석순 교수는 『일정 시간동안 벌주기가 신체에 고통을 주는 체벌보다 교육적』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아이는 지루한 것을 싫어하기때문에 벌 서는 것을 체벌 못지않게 두려워하며 벌을 받으면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할 시간을 갖게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
이교수가 추천하는 효과적인 벌주기 방법은 「타임아웃」. 아이를 빈 방이나 벽 귀퉁이같은 장소에 가두어놓고 가만히 서있게 하는 것으로 시간은 10분 이내가 적당하다. 여러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주위의 이목때문에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타임아웃을 하도록 한다. 또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일정 기간 금지시키는 「한달간 TV 시청금지」 「1주일간 아이스크림 안주기」「학교끝나고 나서 친구집에 가지 않기」 등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효과가 있다.
상담문화연구원의 심상원 원장은 『자녀에게 평소에 어떤 행동을 하면 벌을 받는지를 일러주는 게 중요하며 똑같은 벌을 저질렀으면 똑같은 벌을 주어야 아이가 공정하다고 느낀다』고 조언한다. 벌이 끝나고나서 아이에게 『아까 벌을 세워 미안하구나』하는 식으로 사과하는 것은 금물. 그러면 아이는 엄마가 벌 자체를 사과로써 부정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벌이 끝나고나면 더 이상 아이의 잘못에 대해 나무라지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심원장은 『아이에게 좋은 버릇을 들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벌보다 칭찬』이라면서 『아이가 올바르게 행동하면 듬뿍 칭찬해주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주는 식의 상을 주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 아이 꾸짖는 요령
「아이를 지혜롭게 꾸짖는 74가지 방법」(다코 아카라 지음·시간과공간사 펴냄)에 소개된 아이 꾸짖는 요령.
■요점을 하나로 좁혀라 : 아이는 잘못한 행동에 대해 꾸지람을 들으면 미안한 생각을 갖게 마련. 그렇지만 부모가 과거 잘못까지 들추어내어 모두 나쁘다고 단정지으면 반발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꾸지람을 듣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위해서는 어떻게할 지를 가르쳐준다.
■꾸짖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말라 :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아빠가 돌아오시면 혼내주라고 할거야』라고 말하면 엄마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손상하게 하는 것이며 반복되면 아이로부터 무시당할 수 있다. 게다가 아이는 자기 잘못을 엄마와 자기만의 비밀로 해두고 싶어한다.
■사과는 아이가 직접 하도록 하라 : 아이가 어른에게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모가 대신해서 사과하면 아이는 책임감을 키우지 못한다. 현장에서 잘못을 시정하게 하고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게 직접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게 한다.
■또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꾸짖지 말라 : 아이에게도 나름의 인격과 체면이 있다. 아이가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잘못을 저질렀다면 아이를 조용한 곳으로 데려가거나 혼자 있을 때를 골라서 주의를 주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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