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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가정] 딸아, 다시 태어나도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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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가정] 딸아, 다시 태어나도 너를 사랑한다

입력
1999.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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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 사람 같으면 엄두내지 못할 일들을 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눈 뜨고 보지 못하거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범죄를 일러 하는 말이 아니다. 『타고나지 않으면 못해』하고 사람들이 말할 때 그런 선행(善行)은 여가나 돈이 남아서 베푸는 온정과는 차원이 다르다.심각한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자신의 인생을 희생해가며 돌보는 가족에게서도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미국 작가 브렛 롯이 쓴 「딸아, 다시 태어나도 너를 사랑하련다」(원제 Jewel·동방미디어 발행)는 다운증후군에 걸린 늦둥이 딸을 낳은 어머니의 시련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40년대 중반. 자녀 다섯에 40을 앞둔 여자 주얼은 원치 않았던 아이를 또 하나 얻는다. 아이를 가지기에는 늦은 나이. 어렵사리 낳은 딸은 하지만 다운증후군을 가진 장애인이다. 태어나고 5달이 넘도록 잠만 자는 아이와 잘 펴지지 않는 손. 정신과 신체의 발달이 정상인에 비해 크게 떨어지게 만드는 병. 태어나서 5년 6개월 만에 걸음마를 시작했고, 장성해서도 6세 정도의 지능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전문 기관에 맡기라고 권했지만 주얼은 거부했다. 일찍이 고아로 자란 자신처럼 아이가 부모 없이 혼자 커갈 것이 너무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아 케이는 집안을 송두리째 휘저어 놓는다. 주얼과 남편 레스턴, 그리고 나머지 다섯 형제들은 시련 앞에 내동댕이쳐졌다. 케이에게 도움 줄 캘리포니아의 「지진아협회」를 찾아가기 위해 집이며 세간살이를 모두 팔아치운 뒤 가족의 한 모습을 작가 롯은 이렇게 썼다.

『(앞만 보고 걸어가는)브렌다 케이를 뒤에서 따라가면서 문득 그 아이는 평생 동안 저렇게 앞으로만 걸어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자 오싹한 기분이 들더군요. 그 생각이 무서웠어요』 그는 울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로 가서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인생을 살 나의 둘째 아들이 울고 있었다. 『엄마 브렌다 케이를 끝까지 책임질 사람이 필요해요. 그런데 저는 그 모든 일을 내팽개치고 도망가려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괜찮아. 넌 그냥 네 갈 길을 가렴. 네 인생을 살란 말이야』

죽을 날이 가까워진 어머니 주얼이 40이 넘은 딸 케이를 요양원에 맡기기로 결정할 때까지의 사랑과 고난을 담은 이 소설은 간명한 문체와 시시콜콜한 에피소드로 감동과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책을 덮으면서 인생의 큰 의미가 우리 곁 가까운 곳에 언제나 일으켜주기를 바라며 가만히 엎드려 있는 것을 느낄 만하다. 『신의 뜻은 오묘하기 그지 없어 언제나 빼앗은 만큼 풍성하게 돌려주신다』는 옮긴 이 이창식씨의 한 마디도 가슴에 남는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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