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의 해외여행 씀씀이가 다소 줄어들었으나 소득수준을 감안한 여행경비는 일본의 2배, 대만의 1.5배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5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국민들의 1인당 출국경비는 1,821달러로 1인당 국민소득(3만2,301달러) 대비 5.6% 수준이었다. 또 대만사람들은 1인당 출국경비로 국민소득(1만3,697달러)의 9.1%인 1,240달러를 썼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6,823달러에 해외여행경비로는 945달러를 지출, 소득 대비 여행경비율이 무려 13.9%에 달했다. 1년에 벌어들이는 돈이 평균 1,000만원이라고 할 때 한 번 해외여행으로 139만원을 쓴 것이다.
비록 여행경비 절대금액으로는 일본국민들의 절반, 대만국민들의 4분의3 수준이었지만 1인당 국민소득 격차를 감안하면 한국인들은 일본인들보다 배이상, 대만인들보다는 50% 이상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들어서도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 일본과 대만의 소득수준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빠른 경기회복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8,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금년 상반기중 1인당 해외여행경비는 일본이 1,908달러, 대만은 1,088달러, 우리나라는 878달러였다. 이에 따라 소득 대비 여행경비율은 대체로 일본이 6%대, 대만은 7~8%인 반면 한국은 여전히 1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극심한 외환위기를 겪었고, 나름대로 허리띠를 졸라맸다고는 하나 일본 대만에 비하면 한국인들의 헤픈 씀씀이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한국인들의 국민소득(1만307달러)은 대만(1만2,074달러)보다 적었는데도 여행경비로는 대만(1,330달러)보다 200달러 이상 많은 1,558달러를 지출했다.
이에 따라 소득에 대한 여행경비액은 한국이 무려 15.4%를 기록, 대만(11.0%)보다 많았고 일본(5.8%)에 비하면 무려 3배 수준에 육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전후해 해외여행 자유화 붐을 타고 너나 할 것 없는 대책없는 해외과소비가 빚어졌고 결국 이같은 낭비가 환란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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