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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가요의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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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가요의 빈곤

입력
1999.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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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미국과학자들은 음악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이색적 실험을 했다. 훈련된 쥐들을 대상으로 미로찾기를 실험한 결과, 고전음악을 들려줄 때는 쥐들이 평소보다 더 빨리 목표점에 도달했다. 반면 헤비메탈 음악을 들려준 쥐들은 멍청해져서 3배나 더 걸려서 미로를 통과했다고 한다. 다른 연구를 보아도 고전음악이 머리를 좋게 해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운동이 근육을 발달시켜 주듯이, 고전음악의 복잡한 구조가 뇌에 도전의식과 좋은 자극을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착안한 것이 「모차르트 효과」인데, 고전음악이 어린이의 두뇌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얼마전 「모차르트 효과」라는 음반과 책이 나왔다. 지난 주로 노벨상발표가 끝났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늘 남의 나라 잔치이기 때문이다. 훗날의 노벨상을 겨냥해서가 아니라도 어린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 TV방송에서는 고전음악을 보기 힘들다. 90년대 들어 댄스음악의 독무대가 되었다. 현란하지만 실은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노랫말과 춤이 어린이와 젊은이를 현혹시키고 있다. 헤비메탈 음악이 쥐에게 그렇게 했듯이, 댄스음악이 어린이를 멍청하게 만들까 두렵다. 댄스음악은 수명도 짧고 쉽게 잊혀져서,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가요사는 황폐해지고 우리 시대는 마침내 공백으로 남을 것 같다. 신나는 것은 새 음반을 제작·판매하는 음반업자들이다.

■최근 MBC가 이틀에 걸쳐 내보낸 「포크문화 30년」특집은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을 잃었는가를 깨우쳐 주었다. 통기타 하나에 가창력과 서정성, 시대의식을 걸고 노래했던 포크송 가수들의 열정이 그립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상업주의적 댄스음악을 편식하고 있다. TV에서 가요의 장르적 균형이 목마르다. 기성세대는 TV에 자신들의 정서를 대변할 프로 신설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고전음악도 성장하는 세대를 위해 당당히 자리를 가져야 한다.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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