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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승부처일수록 냉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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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승부처일수록 냉철하게

입력
1999.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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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끝난 99 퍼스트유니언 벳시 킹 클래식 마지막 라운드 17번 홀에 선 김미현은 공동 2위와 두 타 차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다. 김미현은 9언더파, 베스 대니얼과 헬렌 돕슨은 7언더파. 김미현으로서는 남은 두 홀에서 두 타를 까먹지 않는 한 우승이 확실시되었고 최악의 경우 연장전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티잉 그라운드에 선 김미현은 3번 우드(스푼)를 빼어들었다. 지난 3라운드에서 두 번의 티샷이 페어웨이 중간을 가로지르는 실개천을 겨우 넘었고 한 번은 못미쳤던 김미현은 스코어를 지키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냉정하고도 현명한 상황판단이었다.

스푼으로 티샷한 볼이 너무 잘 맞아 실개천에 빠져 1벌타를 먹는 위기를 맞았으나 흔들리지 않고 보기로 선방했다. 18번 홀을 파로 마무리지은 김미현의 스코어는 8언더파.

한편 1타 차로 김미현을 추격하고 있던 베스 대니얼과 헬렌 돕슨은 파5의 18번 홀에서 연장전으로 나갈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대니얼은 세번째 샷을 홀 2.5m에, 돕슨은 1m 가까이 붙였다. 모두 버디를 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선택해야 할 전략은 당연히 공격적인 것이어야 했다. 볼을 홀에 붙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연장전에 나가기 위해선 무조건 볼을 홀인시키는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한 퍼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탓인지 이들의 퍼팅은 홀에도 못미치는 소극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 대니얼의 퍼터를 떠난 볼은 방향은 좋았지만 힘이 모자라 홀 5cm 앞에서 멈췄다. 돕슨의 퍼팅 역시 홀컵에 못미쳐 비켜 갔다.

「all or nothing」의 순간임에도 추격자의 퍼팅은 모두 홀에 미치지 못할만큼 과감성이 결여됐다. 중압감이 어께를 눌렀겠지만 보다 냉정히 상황판단을 했다면 결코 홀에도 못미치는 소극적인 퍼팅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Never up, never in」(지나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이라는 유명한 골프상식을 잊은 엉뚱한 상황판단으로 연장전에 나갈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주말골퍼들에겐 상황판단을 그르칠 가능성이 더욱 높다. 누운 풀처럼 자제해야 할 때와 성난 호랑이처럼 공격해야 할 때를 가릴 줄 안다면 골프의 묘미는 한층 더할 것이다.

방민준 편집국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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