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는 이전에 비해 달라진 것도 적지 않았지만 변하지 않은 점도 그에 못지않게 많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공천과 지역구 평가를 크게 의식했던 게 변화의 요인이었다.먼저 달라진 것. 올해 처음으로 39개 시민단체들이 합동으로 「국감 시민연대」를 구성, 국정감사 모니터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상당수 상임위들이 국감 중반이후부터 공개를 거부, 시민단체들과 마찰을 빚었다.
지난 해까지만해도 소수 학구파 의원들의 전유물이었던 정책자료집이 올해에는 「홍수」를 이뤘다. 한 의원이 여러 권의 자료집을 낸 경우도 많았다. 주제도 다양해서 인기댄스그룹 「H.O.T에 대한 여학생들의 열광」현상에 대한 정책 연구까지 나왔다. 정책자료집이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의원들의 진지한 자세를 보여주는 예로 평가된다.
각 상임위들이 「사이버 국감」을 시도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중 하나. 상임위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 일반 국민과의「쌍방향 감사」를 시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는 정부의 국감 자료를 인터넷 메일로 받기도 했다.
「비쥬얼 국감」도 두드러진 현상. 감사에 사진을 활용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 됐고 비디오 도표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첨단 시각 도구들이 등장했다. 총선이 임박해서인지 초·재선들의 잔치였던 국감에서 3선이상 중진의원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에비해 어김없이 되풀이 된 구태중 첫째는 감사활동의 부실함. 일반 상임위활동때 나올 법한 정책질의가 국정감사장에서 되풀이되는가 하면 서면질의 서면답변이 남발돼 감사의 맥을 끊어놓기 일쑤였다. 또 할당된 시간을 메꾸는데 급급한 나머지 의원들사이에 중복 질의가 일반화하기도 했다. 일부 상임위에선 여야가 정치공방에 주력하느라 감사를 거의 못해 피감기관들만 좋게 만들어 줬다.
의원들의 고압적 태도도 별로 달라지지 않은 꼴불견중 하나.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관료들을 아랫사람 다루듯하며 반발을 하는 의원들이 적잖게 눈에 띄었다. 야당의 모의원은 『정권이 바뀌면 우리가 가만 있을 줄 아느냐』며 공공연히 피감기관을 「협박」하기도 했다.
지나친 「매명(賣名)」욕심에 숫자를 뻥튀기하거나 국감 자료를 자의적으로 왜곡, 언론에 발표하는 등 무리수를 둔 의원들도 여전했다.
행정부의 불성실한 답변자세, 안이한 수감 태도도 의원들의 불만을 샀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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