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감에서 지적된 여러 문제들 가운데서도 국가기관의 도·감청과 원전 안전문제, 재벌개혁 문제는 초반부터 가장 큰 이슈로 부각돼 여·야의원간, 또는 당국과 의원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원전안전
감사기간중에 일본에 이어 국내에서도 방사능피폭사건이 발생, 국민적 관심사가 쏠린 것도 있지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의원들이 치밀한 사전준비로 관련 기관의 허술한 관리실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주무상임위인 과기정통위는 월성원전3호기 피폭사고가 발생하자마자 진상조사단을 구성, 신속하게 사고원인 규명작업에 나서 이후 사고 원정 근무자로부터 사고은폐 사실과 평소 소홀했던 원전관리책 등에 대해 증언을 받아내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과기정통위의 국감스타는 단연 국민회의 김영환(金榮煥)의원. 첫날 울진원전 2호기에서 수소가 누출되도 있다고 주장, 주목을 받은 김의원은 이어 울진1호기에서 설계도에도 없는 부실용접부위가 발견됐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연구원을 통해 폭로하는 등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였다.
★도·감청
과기정통위를 비롯, 법사위 행자위 환경노동위 등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상임위에서는 빠짐없이 도·감청문제가 터져나왔다. 이에 따라 「도·감청 파헤치기」는 사생활 보호라는 명분이 국민의 동의를 얻으면서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감사원이 국감 도중 검찰과 경찰의 감청특감을 하기로 한 것. 감사원은 전기통신연구원 등 민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특별팀을 구성, 내달 중순께 부터 불법 감청여부와 감청장비 도입과정 운용실태 등을 집중 점검키로 했다. 또 정보통신부는 감청 대상범죄를 13개 줄이고, 긴급 감청시 법원 허가를 받아야하는 기간도 48시간에서 36시간으로 단축하는 등의 내용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키로 했다. 국민회의도 당소속 법사·정보통신위원을 중심으로 「국민통신보호대책위원회」를 구성, 도청과 감청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는 한편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키로 했다.
★재벌개혁
「대우사태」의 한와중에 치러진 국감임에도 불구, 재벌개혁에 대한 감사활동은 수박겉핥기로 끝났다. 재벌문제를 주로 다루었던 정무·재경위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솜방망이 질문으로 일관하며 때로 무기력한 행태까지 보였다. 현대그룹 주가조작사건, 삼성그룹 편법증여, 대우사태등과 관련해 새로운 쟁점을 발굴해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혼신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의원들은 증인으로 나온 재벌관계자들의 「모르쇠」답변에도 불구, 끈질긴 추궁은 포기한 듯 했고 불출석한 일부 재벌회장에 대한 「고발」조치를 유보하는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일부 재벌들의 부당하고 탈법적인 「부의 세습」행태를 고발하고 삼성그룹 편법증여 의혹에 대한 조사, 「골드뱅크」주가조작혐의에 대한 재조사를 이끌어 낸 것은 그나마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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