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불평등은 새 천년이 직면할 가장 심각한 문제다. 정보를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정보통신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자와 못 다루는 자, 정보를 스스로 창조하는 자와 정보에 농락당하는 자. 이런 불평등 속에서 이른바 「정보거지」(Information Homeless)가 생겨날지도 모른다.사실 서구적, 주류적 관점에서 보면 정보화는 평등과 등식이다. 미래학자 에스더 다이슨은 디지털시대의 인류모습을 담은 저서 「릴리즈 2.0」(97년 브로드웨이북스 출간)에서 인터넷이 일반화하면서 소외된 자들에게까지 힘과 창조성이 부여되는 평등사회가 실현될 것으로 예측했다.
얼핏 보면 지당해 보이는 이 예측은 그러나 새 천년의 시작을 반년 앞둔 올 7월 미국 상무부가 펴낸 한 보고서에 의해 완벽히 부정됐다.
「네트의 실패」로 명명된 이 보고서는 정보의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임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에서 연간소득 10만달러 이상 가구의 80%가 컴퓨터를 소유하고 있는데 반해 3만달러 이하 저소득층의 컴퓨터 보유율은 25%에 불과했다.
대학졸업자는 초등학교 졸업자에 비해 컴퓨터 소유율이 8배, 인터넷 접속이 16배나 많고 백인의 컴퓨터 소유율은 흑인의 2배이다. 보고서는 빈부격차가 정보격차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냉혹한 현실이라고 결론을 맺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장애인들이 정보화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정보통신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10여개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은 주로 저소득층이어서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간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올해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가 세계의 19%에 불과한 선진국들이 인터넷 사용량의 91%를 점유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150년전 칼 마르크스가 「공산당선언」에서 경제적 무산계급을 향해 혁명을 약속했던 것처럼, 불세출의 혁명가가 나와 정보의 무산계급에게 혁명을 선동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인류는 이같은 절망적 현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미래학자 다이슨이 믿었던 「인간의 이성」을 기대해본다.
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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