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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좋아져도 노숙자는 작년의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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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좋아져도 노숙자는 작년의 2배

입력
1999.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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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어두운 그림자였던 노숙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올들어 경기가 호전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서민가계의 몰락현상이 본격화하면서 노숙자가 9월이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행정당국도 예상치 못한 노숙자 증가 현상에 긴급 대책을 마련하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서울시가 지원하고 성공회가 운영하는 노숙자다시서기지원센터에 따르면 올여름부터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던 노숙자 수가 9월 들어 매일 수십명씩 늘어나 17일 현재 5,000-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10월 노숙자수는 3,000여명이었다.

노숙자 수용시설인 서울 자유의집에도 6월 이후 꾸준히 수용자가 늘어나 지난달 말에는 2월 말 수준인 900명에 육박, 최근 200여명을 희망의집으로 옮겼다. 서울시는 16일 경기회복에도 불구, 노숙자가 오히려 늘어나자 노숙자상담소를 증설하고 야간상담을 준비하는 등 긴급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반기 들어 노숙자가 급증하는 것은 IMF로 인해 실직한 이후 퇴직금으로 살아오거나 창업이나 재취업을 했다 실패한 사람들, 동절기를 앞두고 일거리를 잃은 일용직 노무자 등이 뒤늦게 길거리로 몰려나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자유의집 이규형(李圭衡)실장은 『IMF로 인한 서민층 몰락 효과가 지금에서야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노숙자들은 예전과는 달리 부랑자가 아닌 진정한 실직 노숙자들로 전체의 4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지방 경제의 악화로 지방에서 서울로 유입되는 신규 노숙자도 급증, 전체의 절반수준을 넘어섰다. 대구가 집인 김모(33)씨는 친구에게 사업자금을 빌려줬다 부도가 나면서 1년여동안 친척집을 전전하다 돈이 떨어져 결국 지난달부터 서울역에서 노숙자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퇴직한 정모(40·강원 원주시)씨는 『퇴직후 사업을 시작했으나 실패, 가족은 처가로 보내고 친구집에 얹혀 지냈다』며 『취직도 안되고 눈치밥을 더 먹을 수도 없어 길거리로 나왔다』고 밝혔다.

서울역이나 영등포역, 종묘, 석촌호수 주변에는 실직이나 사업실패로 길거리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 최근 수백명씩 모여들고 있다. 서울시 노숙자대책반은 『겨울을 앞두고 동사(凍死)방지를 위해 노숙자상담소를 대폭 늘리고 수용시설 입소권유 및 재활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노숙자시설 관계자들은 서민층 몰락과 실업 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이 없는 한 늘어나는 노숙자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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