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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핵 통제질서' 붕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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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핵 통제질서' 붕괴 우려된다

입력
1999.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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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이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비준을 거부한 것은 국제적 핵군축 노력과 성과를 한꺼번에 무너뜨린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화당 보수세력의 분별없는 당파주의에 따른 조약비준 거부는 핵군축 구도를 와해시키고 핵공포를 벗어나려는 인류의 열망을 짓밟았다는 비난이 거세다. 우리로서는 당장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부추길 것이 우려된다.이 조약은 60년대부터 40년가까이 어렵게 추진돼온 핵군축 노력중 가장 괄목할 성과의 하나다. 쿠바 미사일위기의 교훈을 바탕으로 63년 대기권과 우주공간, 수중 핵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이 성립됐지만, 핵군비 경쟁을 막지는 못했다. 그러다 2년반에 걸친 제네바 군축협상을 통해 CTBT 조약이 성립돼 96년 유엔총회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승인돼 핵군축에 중대 전기를 마련했다.

이 조약은 핵보유국의 신무기 개발을 동결, 상호군축과 궁극적인 핵무기 폐기를 향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또 핵무기 비보유국의 실효성있는 핵개발을 봉쇄,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를 보강해 줄 것으로 평가됐다. 핵실험에 따른 환경파괴를 종식시키는 것 등도 큰 혜택이다.

이처럼 중요한 조약의 비준을 미국 의회가 거부함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것은 NPT 체제를 중심으로 한 핵통제질서의 붕괴다. NPT 조약은 핵보유 강대국과 비보유국간 빅딜의 산물이다. 비보유국들이 핵무기를 개발·획득하지 않는 대신 핵보유국들은 핵무기를 감축한다는 조건이었다. 이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미국이 CTBT 조약마저 거부, 인도·파키스탄과 북한 등에 핵개발을 하지 않도록 설득하거나 압력을 가할 명분과 도덕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미 공화당과 보수세력은 CTBT 조약이 잠재적 핵보유국들의 핵개발은 막지 못한채 미국의 핵억지력만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적으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압력 움직임이 한가닥 희망으로 남아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제네바 북·미 합의를 통해 핵개발을 동결, 당장 심각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범세계적 핵통제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북한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군축목표에 역행해 전략미사일 방어체제를 추진하는 등 냉전시대 보수노선으로 회귀하고 있는 미 공화당이 백악관까지 장악하면 대북 강경정책을 택할 공산이 크고, 북한의 가변적 체질과 맞물려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질 우려도 크다. 정부는 마땅히 국제질서 변화에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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