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스럽게, 또한 겸허하게 노벨평화상을 받겠다. 이 상이 전세계의 잊혀진 사람들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20세기 마지막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15일 결정된 「국경없는 의사회(MSF·MEDECINS SANS FRONTIERES)」는 전쟁이나 재난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달려가 헌신적인 구호활동을 펼친 세계 최대 규모의 비영리 민간 구호단체. 96년제3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해 우리와 크게 낯설지도 않다.
개인이 아닌 단체로는 17번째로 영광을 안은 MSF측은 이날 노벨상위원회의 발표직후 『감동스럽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거 일부 민간단체들이 유명세를 타면서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못하고 세속적인 영리에 부합했던 전철을 밟지않겠다는 새로운 의지도 다졌다.
실제 제임스 오르빈스키 MSF회장은 『노벨평화상은 어떤 측면에서는 인도적인 구호활동의 제도화를 부추기기 때문에 이번 수상은 「국경없는 의사회」에 일종의 위기』라고까지 말했다.
MSF 공동 설립자로 현재 코소보에서 유엔 행정관으로 근무하고있는 베르나르 쿠시너도 프랑스 앵포 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숨진 모든 사람들과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다 숨져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십자사와 함께 인도주의의 대명사로 통하는 MSF는 71년 12월 설립됐다. 68년 나이지리아 내전과 70년 방글라데시 대홍수현장에 파견됐던 프랑스 의사들이 수십만명이 희생된 참혹상을 목격한 뒤 돌아와 조직한 민간 의료봉사단체가 모태였다.
MSF는 노벨상위원회가 이날 선정이유로 밝혔듯이 중립·공평·자원봉사의 3대 원칙에 따라 정치·종교·경제적 권력에서 벗어나 곤경에 처한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지원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오래전부터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됐다.
MSF는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있으며 세계 45개국에서 모인 2,900여명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돼 있다. 벨기에 스페인 네덜란드 스위스 룩셈부르크등 5개국에 자체보급센터를 갖춰 세계 어느 곳이든 24시간내에 구호물자를 조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발족후 아프리카 각국과 유고내전등 70여개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현재도 코소보 등 35개 분쟁·재난지역에 의료팀을 파견해 놓고 있다.
특히 95년 10월에는 북한에 들어가 당시 기근과 전염병으로 신음하던 북한주민들에게 의약품과 의료장비등을 지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91년 걸프전때는 60대의 전세기를 동원, 7개의 난민캠프에서 7만여명에게 구호활동을 펼쳤고 이라크 화학무기살포현장도 최초로 폭로했다.
전세계 260만명의 독지가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독자적인 재정(97-98년 예산 2억3,100만달러)을 꾸리고 있는 MSF는 전체 예산의 80% 이상을 구호활동에 사용한다.
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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