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만화계에 신진작가의 매서운 펀치가 등장했다. 윤태호의 「야후」.만화잡지 「부킹」에 연재중이고, 단행본으로 현재 3권까지 출간된 이 작품은 70년대 이후 우리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펑크적 상상력으로 담아내 벌써부터 만화 마니아의 시선을 잡고 있다. 역사적 현실이란 큰 줄기에 반문화적 인물들의 극단적이고 강렬한 성격, 거대한 권력의 음모, SF적 요소 등이 적절하게 구성되어 순정만화 중심의 만화계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야후」는 「걸리버 여행기」에 나온 말로, 인간의 모습을 한 짐승을 뜻한다. 날으는 오토바이를 타고 사회를 상대로 테러를 가하는 주인공 김현을 두고 한 신문기자가 「하늘을 나는 야후」라 이름 붙이는 장면이 이 작품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득권층은 그를 야후로 보지만, 오히려 주인공은 그들을 야후로 여긴다. 이 극단적 엇갈림이 80년대의 주요사건들을 관통하면서 그려져 나간다.
작품은 70년대 한 작은 마을의 건물 붕괴 사고에서부터 출발한다. 아버지와 함께 무너진 건물에 갇혔던 김현은 눈앞에서 아버지가 숨지는 것을 목격한다. 밑바닥 인생을 살았던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과 동정심에 억눌린 그는 아버지의 기억으로부터 탈출하고자 집을 팔고 세상을 떠돌기 시작한다. 우직하고 집착적인 성격을 가진 김현이 만나게 되는 것은 거대한 폭력의 세계였다. 80년대 민주화 열기에 맞서 군사정권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 날으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비밀 특수 기동대을 창설한다. 김현은 이 조직에 가입, 폭력적 본능을 길들이지만 차츰 세상의 이율배반적 모습에 갈등하게 된다. 그가 이 극우 폭력조직에서 이탈하게 되는 계기는 삼풍사고이다. 이때부터 개인적인 반체제적 테러를 기득권층에 가한다.
3권까지는 김현, 친구 중달과 신무학 등 각 인물들의 성격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후 김현이 특수기동대에 합류하게 되는 과정과 폭력적 세계 속에서 파괴적 본능이 길들여지는 모습들이 그려질 예정이다.
97년 성인만화잡지 「미스터블루」 를 통해 데뷔한 윤씨에게 장편만화로서는 이번이 첫 도전이다. 이전 「연씨 별곡」 「혼자 자는 남자」등 주로 남성의 성에 대한 농담과 강박관념적 성의식을 그렸던 그는 눈을 돌려 사회적 문제에 정면으로 충돌하기로 했다. 20권 정도로 기획하고 있는 이번 작품에서 그는 『한 인물의 극단적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중심을 찾고 싶다』며 『그 충돌 속에서 어떤 보편적 가치가 보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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