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군부가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민정이양 대신 군정실시쪽을 선택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육군참모총장은 쿠데타이후 사흘만인 15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행정수반에 올라 전권을 장악했다.무샤라프 총장은 이날 아침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오후 들어 헌정을 중단하고 의회를 해산함으로써 파키스탄의 민주질서 조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무산시켰다. 관영 TV 및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날 아침 발표된 선언문은 『파키스탄의 모든것이 군부의 통제하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 언론들은 군부가 뜻밖의 결정을 내린데는 쿠데타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정당성 확보가 배경이 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샤라프 총장등 군수뇌부는 쿠데타가 성공한뒤 이틀동안 무하마드 라피크 타라르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을 만나 정국운영 방향을 논의하고 국민 여론을 살폈다.
군부는 이 과정에서 회교원리주의자를 비롯한 강경세력과 베나지르 부토 전총리와 나와즈 샤리프 총리의 통치에 식상한 국민이 강력한 개혁을 주문,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갤럽이 전날밤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5%가 쿠데타를 지지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더욱이 군부는 아무런 보호막도 마련치않고 민정이양을 단행할 경우 쿠데타 주역이 새로운 정부 아래서 군사재판에 회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헌법상 대통령의 총리 해임권한이 없는데다 샤리프 총리가 사임을 거부, 새로운 정부의 구성에 차질을 빚은 것도 다른 배경으로 제시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조기 민정이양을 실시하려던 무샤라프가 군내의 강경파의 압력에 밀려 결정을 번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군부는 아직 향후 국정운영방식과 새로운 정부 구성방법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밝히지않고 있다. 무샤라프총장은 15일 오후 국내외의 반대여론을 의식한듯,『효율적이고 공정한 과도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향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무샤라프총장의 계획이 성공할지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을 표시하는 시각이 많다. 과거와 달리 미국등 서방이 계속 비판적인 자세인데다 민심확보에 가장 중요한 경제사정도 쿠데타발생이후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기 때문이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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