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사이에서 『총선이 뭐길래…』라는 한숨이 많이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즈음 행정부나 정치권 등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부분 내년 총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부의 각종 개혁정책은 그 추진이 중단되거나 총선 이후로 연기되고, 그 틈새로 선심성 행정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고 있다.정치권은 민생은 뒤로한채 모든 것을 내년 총선에 걸어놓고 그 준비에 여념이 없다. 국민회의가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것이나, 공동여당 수뇌부가 합당문제를 놓고 공연스레 복잡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등도 따지고 보면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 하면 의석을 많이 확보할 것인가를 놓고 계책을 마련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야당의 제2창당도 결국은 마찬가지다. 이 바람에 행정·사법부의 잘못을 따지고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할 국회 국정감사는 의원들의 무관심으로 별 성과없이 끝나 가고 있다. 과거 곤욕을 치르던 피감기관들이 이번 처럼 수월하게 넘어 가기는 처음이었다는 뒷얘기들이 여의도 의사당 주변에는 파다하다.
그러나 정작 총선의 규범이 될 선거법개정안은 여야간에 협상의 초입에도 들어가 있지 않다. 선거법등을 다룰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벌써 몇달째 개점휴업 상태이고, 한나라당은 아예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하지도 않았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 판국에 불법적인 사전선거 운동이 전국적으로 극심하다는 것이다.(한국일보 14일자 1면 보도)
사전 선거운동 양상이 두드러진 까닭은 16일부터 기부행위가 제한되기 때문인듯 한데, 그래서인지 최근들어 당원 수련대회·단합대회 등을 빙자한 금품 향응제공이 전국적으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사전 선거운동 자체도 따지고 보면 싱겁기 짝이 없는 일이다. 게임의 룰도 마련되기 전에 선수들이 출전해 성급하게 경기를 벌이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선거구제조차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오죽하면 중앙선관위원장이 여야 3당대표에게 공한을 보내 선관위 업무의 혼란을 우려하며 선거법 등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겠는가.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총선과 일정 거리를 두어 국민들로 하여금 오해를 받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중앙선관위는 불법적인 사전 선거운동 단속에 더욱 철저를 기해야 하며, 수사기관은 엄정한 수사로서 일벌백계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자세이다. 여야는 제대로 된 선거법을 마련해 돈 안 들이는 정치가 빨리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규에 휩싸인 조계종 종단처럼 정치권도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조소와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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