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홍콩영화] 3色, '골라보는 재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홍콩영화] 3色, '골라보는 재미'

입력
1999.10.15 00:00
0 0

새로운 길을 찾거나, 현재에 안주하거나, 아니면 뒷걸음질 치거나. 영화는 이 셋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물론 「새롭다」고 모두 예술성을 뜻하지 않고, 「관습의 답습」이 꼭 상투성은 아니지만. 중국 귀속 이후의 홍콩 영화. 그 화려한 스타일을 자랑하던 많은 스타들이 떠나고, 남아있는 자들과 새로운 세대들이 그 자리를 메워간다. 위기의식은 변화를 요구하고, 그들은 새로운 스타일과 언어로 홍콩 영화의 화려한 불꽃을 이어가려 한다. 그들이 있기에 홍콩 영화는 여전히 희망을 가진다.환영특공

홍콩영화의 새로움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주제는 늘 사랑과 우정에 머물지만, 소재는 시대의 변화를 민감하게 읽고, 액션과 감성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간다. 어떻게 보면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다. 할리우드의 모방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홍콩영화는 그것을 동양적 감정과 가치관으로 변주하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표현한다. 그 작은 차이가 영화를 새롭게 한다.

「환영특공」(幻影特功)도 그런 영화다. 인간의 잠재파를 이용해 액션의 극대화를 실현하고, 폭동을 일으키고 증권시장을 장악한다는 SF적 요소를 도입하고, 무대를 미국 태국 등으로 넓혔다. 구성도 더 복잡해졌지만 선악의 이분법적 대립을 통해 우정을 강조했고, 분노와 오해와 우울한 결말이란 홍콩액션의 공식을 따랐다. 그러나 「첨밀밀」 「유리의 성」의 촬영감독 출신인 마초성(馬楚成)에게는 새로운 스타일의 영상감각과 분위기가 있었다.

과장된 효과음이나 대사를 잘라버리고 근접촬영으로 액션의 움직임을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린 영상으로 잡아낸 감각은 오우삼과는 분명 다르다. 간결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치고, 감정의 섬세한 선까지 읽어낸다. 그것이 CIA 잠재의식 연구소에서 일하는 고아원 출신의 홍콩 젊은이 독고(정이건)와 송수(진소춘)의 우정과 대결을 강하게 드러낸다. 액션의 또다른 사실주의이다. 23일 개봉. 오락성 ★★★★ 예술성★★★☆

더 히어로

이에 비해 두기봉(杜琪峯) 감독 「더 히어로」는 훨씬 관습적이다. 주인공 잭(여명)의 영웅화를 위해 영화는 그의 캐릭터를 마음껏 미화했고, 운명론으로 비장미를 과장했다. 비감한 음악과 느린 화면, 서부극 같은 황량한 분위기로 일관하는 배신과 복수와 사랑과 우정을 함께 이야기한다.

흑사회의 다른 조직의 행동대장이자 라이벌인 잭과 차우(유청운)가 숙명적으로 대결하면서도 결국은 서로 우정을 맺는다. 둘의 이름표가 걸린 술병을 모티프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나 조직 우두머리의 배신과 야합에 대한 단죄, 석양빛 같은 여자들의 안타까운 사랑이 어울려 영화는 멋을 낸다. 하지만 새로움보다는 기존 홍콩느와르에 안주하면서 스타성과 감정만 더 강조한 모습 그 이상은 아니다. 16일 개봉. 오락성 ★★★☆ 예술성★★★

자소

「자소(自梳)」는 스스로 머리를 빗는다는 뜻. 독신으로 살아가는 여자를 말한다. 장지량(張之亮) 감독은 이것을 시대극으로 활용한다. 처녀로 살기로 결심한 여자 푼(양채니)과 그녀를 사랑하게 된 기생 완(유가령)의 만남과 이별을 시대배경과 결합시켰고, 그것을 현재와 연결시키는 구성을 택했다. 한 남자에게 배신당한 현재의 웨이(이기홍) 곁에서 그녀의 절망과 고집을 풀어주려는 유모가 된 완. 그러나 사회제도와 남성위주의 가치관 속에서 여성의 존재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동성애까지 끌어들인 영화는 웨인왕의 「조이럭 클럽」처럼 주제의 현재성을 가지려 했지만 그 연결고리가 산만하고 약해 어정쩡한 멜로물이 됐다. 양채니의 연기도 불만이다. 23일 개봉. 오락성 ★★☆ 예술성★★☆

이대현기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