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이후 한국인은 마치 미국이 당장이라도 몰락할 것처럽 생각한 적이 있었다.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경제살림, 그리고 실업과 기업도산 등을 바라보면서 패권적 미국주의는 끝났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미국으로 이주했던 한국인들은 역이민을 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고급두뇌들도 서둘러 귀국했다.그러나 90년대 후반들어 사태는 바뀌었다. 앓는 코끼리 같던 미국은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고, 선진국 문턱까지 올랐던 많은 신흥국가들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미국이 다시 일어나는 힘은 무엇일까.
이유를 다 알 수 없지만, 20여년간 미국에서 세무사로서 일하면서 미국의 다른 점 하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공무원 부패가 없는 나라,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20여년간 한번도 세무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일도 없고, 줄 필요도 없으며 또 뇌물을 바라는 공무원도 보지 못했다. 미국사람들이라해서 돈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 도리어 자본주의에 물들어 있는 이들은 어느 나라 사람들 못지않게 돈을 좋아한다. 그러면 왜 공무원 부패가 발을 붙이지 못하는가. 그것은 바로 제도가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방수사국(FBI)내에 연중 공무원 부패만을 찾아내는 일을 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미국 공무원은 상대방이 뇌물을 건네면 즉시 수갑을 채우거나 사법당국에 뇌물공여죄로 고발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는지 감시하기 위해서 그들은 때로는 납세자로 위장하여 세무공무원에게 뇌물을 준다든지, 속도위반으로 경찰에게 고의적으로 잡힌 후 돈을 준다. 또 미성년자를 시켜 술, 담배를 사게한다든지 건축업자로 가장하여 관계 공무원들을 뇌물로 유혹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금부터 약 10년전 나와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던 프레드라는 이민 변호사는 일을 빨리 처리해달라며 뇌물을 제공하다가 이민국 직원으로 위장한 FBI요원에게 발각되어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고 2년 실형을 받았다. 이런 종류의 비밀조사가 공무원사회뿐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석구석까지 손을 뻗치기 때문에 아무도 부정을 할 엄두조차 내지못한다. 우리 한국도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면 어떨까 한번 생각해본다. /최영태. 미 세무사·민주평통뉴욕협의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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