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청자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연기자는 누구일까? 박원숙(51)이다.박원숙은 MBC 일일드라마 「날마다 행복해」 (월-금), MBC 주말 드라마 「사랑해 당신을」 (토·일), SBS 시트콤 「LA 아리랑」(일)에 출연하고 있다. 「날마다 행복해」에선 고고하고 품위있게 살고픈 마나님으로, 「사랑해 당신을」에선 동서 채림에게 권위를 내세우며 폼을 잡지만 손해만 보는 여성으로, 그리고 「LA 아리랑」에선 차 한대 팔기 위해 기를 쓰지만 별로 팔지 못하는 「카사라 박」여사로 나온다. 캐릭터가 전혀 유사성이 없다. 하지만 그녀의 연기는 시청자나 제작진이나 대만족이다.
『다른 사람보다 대본을 열심히 읽어요. 29년 연기생활 동안 느낀 것은 배역의 크고 작음을 떠나 캐스팅됐을 때의 가슴 설레임을 열심히 연기연습하는 것으로 이어가야 결국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표출할 수 있다는 믿음이지요』
그녀는 드라마에서 변변한 주연 한 번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박원숙이 나오면 좋아하고 즐거워 한다. 70년 MBC 탤런트 공채 2기로 연예계에 입문, 화려한 장미처럼 확 피지는 못했지만 잡초같은 생명력으로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다.
74년 MBC 「수선화」 에서 간호사 역으로 출발해 독신녀, 술집마담, 바람피는 여자, 80년대 가족 드라마의 상징인 「한지붕 세가족」의 순돌이 엄마, 올들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SBS 「토마토」의 허세 강한 남사장에 이르기까지 주연보다 더 유명한 조연 역할을 소화해 냈다. 『초라하고 반짝하는 주연보다 화려하고 오래가는 조연이 좋잖아요. 주연이 아니라고 속상한 적 한 번도 없어요』 요즘 조금 인기가 있다고 해서 주연 아니면 안하겠다는 젊은 연기자들과 다르다.
변신에 능해 방송가에선 「카멜레온」으로 불린다. 연기의 변신뿐만 아니다. 어느 날은 청재킷에 면바지의 수수한 아줌마 차림인가 하면, 어느 날은 등이 확 트인 야한 옷을 입어 주위를 놀라게 한다. 일상도 변화무쌍하다.
선배 연기자들이 예의에 어긋난 후배 탤런트들을 보면 꾸중하지만 박원숙은 그렇지 않는다. 『세월이 지나야 알지요. 미운 짓 해도 얼마나 예쁠 때에요』 「토마토」 종영파티 때 김희선이 늦게 나타나 사람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 쏠리자 『나도 10년 전에는 저렇게 예뻤는데…』라고 넘겨버렸다.
박원숙은 방송사에 나타나면 늘 웃는다. 하지만 웃음 뒤에는 힘듬도 있다. 실제 생활은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해 펴낸 「열흘 운 년이 보름은 못울어」 에는 두번의 이혼 속에서 빚과 배신밖에 남지 않은 모질고 모진 삶의 편린들이 담겨있다. 생활력도 없고 바람피우는 남편 만나 속썩고 번 돈도 털렸다고 한다. 『책 내자고 해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이왕 쓸거면 왕창 솔직하게 쓰자는 생각이었어요』 책 쓰고 난 다음 후련했다고 한다. 지금 버는 돈은 전남편이 남긴 빚을 갚는 데 들어간다.
기자와 함께 방송사로 걸어가던 박원숙을 보며 아줌마들이 하는 말. 『박원숙씨, 건강해서 오래도록 좋은 연기 보여주세요』 아줌마들 마음뿐만 아니라 대부분 시청자들이 박원숙에게 바라는 바일 것이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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