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쌍용·삼성자동차의 처리를 놓고 정부와 채권단이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다 온갖 시나리오가 난무, 국내 자동차산업의 기반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차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정상화와 GM과의 전략적 제휴협상을 우선 지켜본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자동차산업 재편에 관한 일정한 정책을 내놓지 못한 채 땜질처방만 반복하고 있다.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세계 메이저 자동차회사와의 합작이나 제휴가 불가피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매물이 나오는 바람에 헐값매각과 산업기반 위축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대우-GM제휴 어디까지 왔나
대우와의 제휴협상 점검을 위해 12일 방한한 GM 본사의 루 휴즈 수석부사장은 정부및 채권단 관계자와 접촉한 데 이어 14일 대우측과 만나 그간 벌여온 실사 자료 검토와 최근 대우차를 둘러싼 국내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대우차 김태구(金泰球)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략적제휴 협상에 GM이 적극적이며 상당한 직척을 보고 있다』며 『본격 협상은 워크아웃계획이 확정돼야 시작되겠지만 현재로서는 협상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GM코리아 관계자도 『채권단이 실사를 마치고 워크아웃협약을 체결하면 자체 실사결과와 결정된 조건을 가지고 정부및 채권단과 본격 협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대우차의 공기업화후 매각
대우차 자산가치평가의 시각차 등으로 대우와-GM의 제휴협상이 부진하자 우선 부채 출자전환을 통해 공기업화한 후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내달 6일 워크아웃 계획을 작성할 때까지 신중히 검토해 나갈 사항』이라고 물러서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워크아웃 구도가 채권단의 출저전환및 감자, 부채탕감, 새경영진 영입과 매각의 순서를 밟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기아 때처럼 채권단이 빚을 떠안아야 하고 부채탕감은 결국 국민적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GM의 삼성·대우·쌍용차 일괄 인수설
대우차 처리가 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매각과 맞물리면서 GM이 삼성 및 쌍용자동차 인수를 추진 또는 검토하고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GM코리아 이기섭 상무는 이날 『GM은 현재 대우와의 제휴 논의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삼성이나 쌍용차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최근 나돌고 있는 루머는 GM이 한국 자동차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이 지나치게 확대, 해석된 탓으로 보인다』며 『만일 삼성차 인수 등을 검토하게 되더라도 대우 문제를 마무리짓고 난 뒤에나 가능한 일로 현재로선 이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쌍용차의 처리 방안
대우처리 문제가 꼬이면서 삼성의 자동차산업 재진출 및 「역빅딜」설이 나돌고 있으나 삼성은 이를 공식 부인하고 있다. 삼성차는 르노-닛산과의 협상에 상당한 진척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르노측은 국내 영업기반과 노사관계 등을 감안해 삼성차를 인수하더라도 삼성이 20%정도의 지분을 계속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쌍용차의 경우 체어맨과 무쏘 등 기술제휴및 부품교환을 해온 벤츠를 합병한 다임러크라이슬러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본격 협상이 시작되지는 않은 상태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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