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여자 그리고 테너가 있다』 는 이탈리아 속담이 있다. 남자가 고음을 낸다는 게 워낙 힘든 일이라 테너는 따로 구분해야 할 희귀종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소프라노나 바리톤 가수는 많아도 테너는 드물다. 오페라에서 테너는 소프라노보다 화려하다. 멋진 아리아에서 테너가 높은 음을 뽑아낼 때 그 눈부신 소리의 빛깔은 듣는 이를 황홀케 한다.10명의 테너가 한 무대에서 저마다 소리를 뽐내는 화려한 공연이 30·31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오페라 상설무대(대표 김일규)가 96년에 이어 두번째로 이탈리아 테너 10명을 초청, 10인 10색의 테너 잔치를 벌인다. 오케스트라 반주(뉴서울필. 지휘 세르조 올리바) 반주로 오페라 아리아와 나폴리 민요를 노래한다. 출연자는 안드레아 엘레나, 알도 필리스타트, 잔루카 플로리스, 루이지 후라톨라, 피에로 줄리아치, 프란체스코 라 스파다, 마우리치오 살타린, 스테파노 세코, 미켈레 티치아노, 카를로 토리아니. 모두 오페라 주역으로 활동 중인 가수들이다. 서울에 이어 11월 3일 순천문예회관, 9일 대구시민회관에서도 공연한다. 2만~8만원. (02)743_2666
권투선수를 체급으로 구분하듯 테너도 체급이 있다. 물론 몸무게가 아니라 목소리의 무게와 음질에 따라 구분한다. 경량급부터 늘어놓자면 레제로_리리코 레제로_리리코_리리코 스핀토_드라마티코가 있다. 레제로는 「가볍다」, 리리코는 「서정적」, 스핀토는 「찌른다」, 드라마티코는 「극적」이라는 뜻의 이탈리아 말이다.
권투선수로 치면 레제로는 플라이급, 리리코 레제로는 라이트급이다. 레제로는 가장 가벼운 소리로 부드럽고 밝다. 따라서 심각한 배역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리리코 레제로는 감미로우며 서정적인 소리다. 유명한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떠올려보라. 이 곡에서 바순의 몽롱한 선율 뒤에 흘러나오는 테너의 섬세한 노래는 리리코 레제로를 위한 것이다. 미들급에 해당하는 리리코는 낭만적이고 서정적이다.
「라보엠」에 나오는 「그대의 찬 손」같은 노래가 리리코에게 딱 맞다. 호세 카레라스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리리코 테너다. 리리코 스핀토는 강렬하게 찌르는 듯한 소리, 드라마티코는 영웅적이고 극적인 소리다. 플라시도 도밍고는 리리코 스핀토에 속한다. 드라마티코는 헤비급으로 테너 중에도 특히 드물다. 「황금 트럼펫」으로 불렸던 마리오 델 모나코가 대표적인 드라마티코 테너. 드라마티코 테너보다 더 무거운 게 바그너 오페라의 테너로 「헬덴 테너」라고 부른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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