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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시민운동과 집단소송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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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시민운동과 집단소송제

입력
1999.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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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 각국의 시민단체(NGO)들이 참가한 「세계 NGO 대회」가 세인의 화제가 되고 있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우리 나라의 시민운동은 열악한 환경속에서 성장했다. 지나간 세월의 상당기간동안 시민운동가는 「빨갱이」로 채색되었고, 시민단체는 「민주사회의 불순세력」쯤으로 간주되기 일쑤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나라의 시민운동이 오늘날 이만큼 성장한 데에는 일부 시민운동가의 엄청난 희생이 그 밑거름이 되었다.그러나 요즘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시민운동 자체가 많이 성숙해졌고, 그동안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정부도 이번 대회를 계기로 보다 체계적으로 시민단체를 지원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특별법을 제정해 일부 시민단체에 행정, 재정적 편의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필자는 정부가 뒤늦게나마 시민단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 운위되고 있듯이 시민단체에게 편법적인 몇몇 특혜를 허용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을 달리 하는 것이어야 한다.

시민운동이란 환경오염이나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처럼 사회적으로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개별적 차원으로 대응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그런 문제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그 본령으로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이제까지 우리 나라의 시민단체들이 채택했던 대응방식은 시위, 규탄대회, 성명서 등의 단어가 상징하듯이 「과격한 항의」였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이런 과격성을 보인 진정한 이유는 마땅한 다른 제도적, 법적 대응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안은 중대하고 시급한데 이를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모순이 과격성으로 표출되었던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시민운동을 지원하려고 한다면 바로 이런 모순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 즉 시민단체에게 그들의 문제의식에 걸맞는, 그러면서도 법치국가의 테두리에 합당한 행동수단을 허용해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수단을 생각할 수 있는가? 필자는 개인적으로 「집단소송제」의 도입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집단소송제란 어떤 행위의 결과로 다수의 사람이 손실을 입게 되었을 때 이들 중 일부가 소송을 제기해 승리하기만 하면 그 승소의 효력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제도이다.

이에 비해 현재 우리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소송제도는 승소의 효력이 당사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제도이다. 따라서 현행 제도하에서는 비록 사회적으로는 큰 손실을 야기하는 행위라 할지라도 개인적인 교정이익이 크지

않은 경우에는 실제로 소송이 제기되지 않고, 따라서 사회적 손실이 지속적으

로 발생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시민단체에서도 소송을 유효한 대항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집단소송제의 도입은 시민운동의 지평을 근본적으로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제까지 대표적인 시민운동 분야였던 환경운동, 인권운동, 소액주주 운동, 경제정의 운동 등이 모두 집단소송이라는 통일된 범주속에

서 이루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현재 몇몇 명망가의 무한정한 희생에 의존하는 시민운동이 다양한 형태의 집단적 이익에 눈을 뜬 시민세력이 주도하는 「진정한 시민운동」으로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배고픈 사람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를 스스로의 힘으로 잡을 수 있는 그물이다. 몇몇 특혜를 편법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시민단체를 도우려고 하는 정부는 이 점을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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