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서 4강국 대사를 중진정치인으로 충원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는 의견이 제기돼 파문을 낳고 있다. 4강국이란 우리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미·일·중국·러시아를 지칭한다. 발설자가 비록 사견이라고 전제를 했지만 귀추가 주목되는 까닭은 그가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살필수 있는 측근 인데다 막강한 집권당 사무총장이란 점 때문이다.■이 정부 출범초기에도 비슷한 얘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사의 3분의 1을 외부충원한다는 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국민회의 한화갑총장이 제기한 정치인 대사론은 이홍구 주미대사의 성공사례와 김영삼정부때 황병태 주중대사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물론 두 사람모두 출중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이 대사의 경우 주영대사로 외교식견을 넓힌 바 있고, 황대사 역시 직업외교관 등용문인 고등고시(외무직)출신의 직업관료 였다. 이런 유능한 적임자들을 대사직에 발탁한다면 이를 굳이 반대할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조지 슐츠 전 미 국무장관의 말로 기억한다. 『외교관은 모든문제에 균형있는 식견을 가져야지 어떤 특정분야의 깊이있는 지식만으로는 안된다(Diplmat should know something about everything, not everything about something)』 옳은 말이다. 대사는 정부와 국민을 대표한다. 폭넓은 식견과 고도의 판단력이 요구되는 자리다. 항간의 하마평 처럼 일본말 좀 하고 그쪽인사들과 교분이 있다고 주일대사로 기용하려 한다거나 상대당 인사를 빼내오기 위한 정략적 발상이라면 정치인 대사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나 이 지구상의 문명국 가운데 외교관을 「정치적 고려로 임명(political appointee)」하는 나라는 미국뿐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부분의 문명국들은 외교를 직업외교관에게 맡긴다. 그만큼 외교가 숙련된 기술을 요하기 때문이다. 정치인 대사론이 나온 배경을 직업외교관들은 통회하는 자세로 곱씹어봐야 할줄 안다.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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