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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불견 조계종 유혈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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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불견 조계종 유혈분규

입력
1999.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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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의 종권다툼이 1년만에 다시 폭력사태로 번지고 있다. 지난 1일 법원의 총무원장직 무효확인 판결 이후, 서울 조계사에서는 현 총무원측과 반대파인 정화개혁회의측 간의 충돌이 계속되어 유혈극까지 빚었다. 법원의 판결은 정화개혁회의의 합법성은 인정할 수 없지만, 지금의 총무원 체제도 절차 상 하자가 있다는 내용이었다.양측은 법리논쟁과 더불어 조계사 총무원을 차지하거나 지키기 위한 원색적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법원판결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절차에 대한 법률적 대응도 차이가 나서 현재로서는 쉽게 해결의 돌파구가 찾아질 것 같지 않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이 총무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분규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것은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지난해에도 그랬듯이 종교적 분규가 번번이 폭력으로 흐르는 것은 불교신도나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딱하고 지겨운 일이다. 분규 현장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는 인근 인사동과 함께 외국인의 내왕이 잦은 곳이라는 점도 신경이 쓰인다.

총무원측이나 정화개혁회의 측은 대화와 타협에 의해 하루속히 분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총무원 체제를 갖춰야 한다.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이 지켜져야 하지만, 종단 내 다툼을 종헌종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때는 궁극적으로 국가 실정법에 따라야 한다고 본다.

12일 조계사 주변에서는 양측 간 야구방망이와 쇠막대기가 등장하는 한차례의 유혈 난투극이 벌어져 지난해 처럼 처절한 폭력사태로 심화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의 분규가 폭력사태로 장기간 고착화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지난해는 승려들이 시내 6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각목과 쇠파이프에 불도저까지 동원해 유혈 난투극을 벌였고, 자신의 성전이라고 할 조계사 법당에 화염병을 던져 불까지 냈다.

조계종 분규 때마다 조직폭력배가 고용되고 있다는 소문도 있는 만큼, 경찰은 폭력문제에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된다. 경찰은 조기에 조직폭력배나 그들을 고용한 측을 엄중히 징계해서 고질화한 폭력을 차단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조계종 분규는 사찰운영과 관련된 세속적 잿밥싸움이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일각에서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사찰운영에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 등 불교재산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종교개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조계종 분규가 평화롭게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점과 함께, 사찰운영에 대한 개혁이 없이는 분규가 근본적으로 종식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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