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거절, 바닥치면서 울기, 시상식때 고개떨구기」. 금메달 지상주의가 가져온 한국대표선수들의 자화상이다. 대한올림픽조직위원회(KOC)는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이런 행동이 국제스포츠계의 눈총을 사는 이유가 된다고 판단, 대표선수들의 정신교육을 강화키로 했다.96 애틀랜타 올림픽 유도결승. 한국선수는 금메달이 확실시 되던 경기종료 직전, 심판이 시간끌기로 주의를 주는 바람에 다잡았던 금메달을 일본선수에게 내줘야 했다. 매트에 망연자실 엎드려 있던 이 선수는 악수를 청하는 일본선수를 쳐다보지도 않고 등을 돌리면서 내려갔다. 상식이하의 행동이 현지나 국내에서 논란을 빚은 것은 당연지사. 한국의 스포츠매너는 시상식때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2, 3위를 차지한 대부분의 한국선수들은 침통한 표정을 짓거나 고개를 숙였다. 메달을 걸을 때도 웃는 선수들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올림픽 우승은 말할 것도 없고 2, 3위도 대단한 성적이다. 외국선수들은 올림픽에 참가만 해도 대대로 자랑거리로 삼으며 올림픽 메달은 가보로 전해진다. 한국선수들이 은, 동메달을 따고도 실망하는 모습을 보면 68멕시코올림픽 당시 200m시상대에서 미국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흑인차별에 항의하며 주먹쥔 손을 들고 고개를 숙인 저 유명한 사진을 떠올릴 게 뻔하다.
KOC는 이같은 행태를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전국체전이 끝나는 데로 대한항공 예절강사 등을 초청, 이겼을 때 자만하지 않고 졌을 때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예절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아나운서 등을 초청해 인터뷰 능력도 개선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정신교육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국내 풍토가 너무 냉혹하다. 한국은 금메달이 아니면 메달로 치지 않을 정도이다. 선수들도 금메달을 못따면 병역혜택도 없고 연금도 미미하기 때문에 억울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봉섭태릉선수촌장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신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전반적으로 선수격려분위기를 조성, 왜곡된 풍토를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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