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중앙병원 62병동 4호실. 뇌성마비 아기환자 채방울양이 커다란 눈을 굴리며 어머니와 할머니품에 안겨 어리광을 피웠다.두돌하고도 7개월이지만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말 한마디 제대로 내뱉지 못하는 방울이는 2대에 걸친 한국과의 악연을 안고 태어난 「신(新)라이따이한」이다. 방울이를 안고 11일 한국땅을 처음밟은 엄마 미쭈(18)나 할머니 윈티 팟(49)씨에게 한국은 낯선 곳이 아니다.
질긴 악연은 베트남전쟁부터 시작됐다. 윈티 팟은 전쟁이 한창이던 69년 한국인 기술자 이모씨와 2년간 동거, 방울이의 이모(28)를 낳았다. 말없이 떠나간 남편을 원망하며 27년을 보낸 윈티 팟에게 96년 딸 미쭈가 이웃을 통해 알게된 한국인 사업가 채모씨의 아이를 뱄다는 소식은 청천벽력이었다.
『아이를 책임지라』는 말에 채씨 역시 이씨가 그랬던 것처럼 말없이 떠났다. 그리고 태어난 아이가 방울이었다.
방울이는 당시 중학교에 다니던 미씨가 임신중에 약을 함부로 먹은게 원인이 돼 뇌성마비와 간질증세를 안고 태어났다. 베트남 호치민시 빈민촌 셋방을 전전하는 방울이 가족에게 방울이를 치료할수 있는 여력은 없었다. 정밀진단이라도 한번 받아보고 싶었지만 윈티 팟이 식당종업원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이들 가족에게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 사연이 베트남주재 한국인들 사이에서 알려지면서 방울이는 서울중앙병원과 사회복지법인 한국사랑밭회의 도움으로 새생명의 가능성을 찾았다.
윈티 팟씨는 『솔직히 한국이 원망스럽지만 방울이를 치료해주겠다고 나선 사람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낀다』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방울이는 서울중앙병원 소아과 팀으로부터 정밀진단을 받은뒤 내주부터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간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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