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사자」 스미스의 날이었다.매직리그 1위 삼성은 12일 대구에서 벌어진 99바이코리아컵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4-4로 맞선 연장 12회말 1사 만루의 기회에서 스미스가 좌중간을 뚫는 깊숙한 끝내기 2루타로 드림리그 2위 롯데를 5-4로 눌렀다.
삼성과 롯데의 플레이오프 2차전은 13일 오후 6시 대구에서, 한화와 두산의 3차전은 같은 시간 대전에서 열린다.
4-4의 팽팽한 연장접전은 12회말 깨졌다. 삼성은 김영진의 우전안타와 빌리홀의 몸에 맞는 공, 이승엽의 볼넷으로 1사 만루의 찬스를 만들었고 스미스가 타석에 등장했다. 이미 2회와 6회 솔로포를 터뜨리며 힘을 과시했던 스미스는 볼카운트 0-1에서 상대투수 박석진의 2구를 통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뽑아내며 4시간여의 지루한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97, 98년 2년 연속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내리 패배를 당하며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던 삼성은 치열한 연장접전을 승리로 이끌어 6년만의 한국시리즈 직행 전망을 밝게 했다. 86년부터 시작된 플레이오프에서 96년 현대를 제외하고 1차전을 이긴 팀이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홈런공방전에 이어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진 근래 보기드문 명승부전이었다. 양팀은 홈런 6방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였는데 홈런 6개는 10일 잠실 한화-두산전에서 세워졌던 한 경기 홈런최다타이.
삼성은 스미스가 2회말 0-0의 팽팽한 균형을 깨는 좌월홈런을 터뜨려 앞서나갔다. 무안타의 빈타에 시달리던 롯데는 4회초 「악바리」박정태가 역시 좌월 솔로홈런으로 맞받았지만 삼성은 5회 김태균이 다시 좌월홈런으로 되받으며 리드를 지켰다. 「홈런군단」 삼성은 6회 홈런왕 이승엽과 스미스가 랑데부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듯 했다.
3점차의 리드를 지키려는 듯 삼성은 7회 「특급소방수」 임창용을 내세우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롯데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7회초 박정태의 볼넷과 마해영의 중전안타로 2사 1, 2루의 천금같은 기회를 잡은 롯데는 프로 2년생 손인호가 임창용의 몸쪽 직구를 받아쳐 장외를 넘어가는 우월 3점홈런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손인호의 3점포는 올시즌 유일한 홈런. 삼성의 임창용(7회)과 박충식(12회), 롯데의 용병 기론(5회)과 박석진(8회)으로 이어진 양팀 중간계투요원은 이후 연장 11회까지 한점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투구로 관중을 긴장시켰다. 삼성의 선발 노장진은 이날 6과 3분의 1이닝동안 막강타선의 롯데를 1안타로 틀어막으며 호투했고 연장 12회에 등판한 박충식은 승리투수가 됐다.
롯데 선발 문동환은 6회까지 무려 4개의 홈런을 얻어 맞아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피홈런투수의 불명예를 안았다.
대구=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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