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회화의 시대는 갔다고 이야기하는 요즈음, 전통적 그리기를 고집하며,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제시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김홍주 대전 목원대 교수.97년 금호미술관에서 가졌던 회고전에서 극사실풍의 풍경화와 꽃, 문자그림으로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그가 2년 만에 다시 개인전을 갖는다. 14일~11월 2일 국제화랑.
김홍주씨는 이번 전시회에선 꽃을 주제로 한 그림들 16점을 보여준다. 성스러울 정도로 꼼꼼하게 묘사된 진달래, 부용화, 난꽃잎, 감나무 잎등은 아름다우면서 한편으로는 징그러울 정도. 오방색이 아닌데도 한국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원색들이다. (관객들의 표현).
팽팽한 긴장미마저 흐르는 세필화는 사물을 단순하게 재현하는 방식이 아니다.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전환하는 것이 목적』 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미처 육안으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사물의 본질적인 모습까지도 드러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꽃의 「정면」만 다루었다. 『측면까지 다루다 보면 꽃의 실질적 형태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죠. 정면만 다룸으로써 더욱 사물을 기호화했습니다』 기호화한 작은 사물들은 자연의 총체적 질서까지도 자아낸다. 큐레이터 박경미씨는 『그의 감나무 잎에선 우주적 울림까지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가지 색을 여러번의 붓놀림으로 덧칠하며 얻은 섬세한 색깔들은 여자들이 아이라인 그리는 붓보다도 더 가는 붓으로 얻어진 정밀묘사이다. 조금만 닳아도 무디어져서 사용할 수 없는 털 3개짜리 붓.
회화적 표현을 위해 그는 캔버스의 프레임까지도 없앴다. 화면의 과감한 여백과 함께 자연스럽게 출렁이는 화면은 꽃의 평면화를 더욱 강렬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미술전문지 월간미술이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재평가돼야 할 작가」 설문조사에서 1위에 꼽혔으며, 평론을 쓰고 싶은 대상 작가 1위에 선정되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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