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문화의 해를 맞아 한국일보사와 여성건축가협회, 잡지 「행복이 가득한 집」이 공동주최한 「함께 하는 주거환경」 캠페인의 하나로 「아름다운 우리 마을 찾기」 사진 및 비디오 콘테스트가 열렸다.주민들이나 개인이 주거환경을 아름답게 가꾼 현장을 찾는 이 콘테스트에는 56점이 출품돼 이중 27점이 입상했다.
대상(문화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정미희(30·광운초등 교사)씨의 사진 작품이 담은 서울시 은평구 진관내동 「한양마을」은 일단 관(官)이 주도한 마을을 주민들이 합심해 20여년간 공들여 가꾼 공동체다.
마을이 생긴 이후 줄곧 이곳을 지켜온 유동희(63)씨의 집은 이 마을의 역사를 잘 말해준다. 문에서 현관까지 아치를 그리며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있는 등나무 줄기, 벽을 타고 지붕까지 감싸올라 보기만 해도 시원한 담쟁이 덩굴, 우아하게 줄기를 뻗은 목련나무. 그중에서 가장 멋드러진 것은 향나무 담장이다. 나무줄기의 자연스런 굴곡과 조각같이 정돈된 침엽의 어울림은 절묘한 맛을 풍긴다. 1년에 몇차례씩 가지를 치고 꽃순을 따는 등 향나무 가꾸기엔 정성이 많이 들지만 황혼을 바라보는 유씨에게는 더 없는 즐거움이다.
건조한 시멘트 담장 대신 생명력 가득한 수풀이 둘러쌓인 때문일까? 마을 주민들은 낯선 타인이 아닌 열린 이웃으로 서로를 맞이한다. 유씨는 『삭막한 도시공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과 이웃에 대한 자연스러운 감정이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 마을은 허허벌판의 전답지에 79년 들어섰다. 통일로변에 위치한 때문에 70년대 중반 남북간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던 당시 남한을 방문한 북한 인사들의 눈에 잘 띄는 곳이었다. 이를 의식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서구식 개념의 주택단지로 조성됐다. 대지면적 50평, 건평 25평의 단층 단독주택 200여채가 바둑판식으로 질서정연하게 자리잡고, 길도 시원스럽게 뚫렸다. 일단 관 주도로 하드웨어가 잘 마련됐다면, 그 속에서 아담하게 마을을 꾸미는 일은 이후 주민들의 몫이었다.
입주한 주민들은 마당을 각종 묘목과 채소로 가꾸기 시작했다. 담을 대신해 30㎝정도 높이의 가드레일을 세우고 주변에 향나무 묘목을 심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것은 집집마다 멋진 담장이 되었다. 97년에는 서울시에 의해 「최우수 조경마을」로 선정되었다.
마을에 들어서면 이곳이 서울인가 하는 느낌이 든다. 마을의 가운데에 위치한 쉼터에서 어울리는 주민들은 평화로워 보인다. 각 집마다 나무와 꽃, 채소등 개성을 살린 가꾸기로 모든 집 한 채 한 채가 부럽기만 한 동네다.
금상(건축문화의 해 조직위원장상)을 받은 박문자(58)씨의 비디오 작품은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3의 6 경원주유소 옆에 가꾼 정원이다. 지난해 5월 카센터가 들어서 있던 이곳을 공터로 만들어 흙을 깔고 채소와 풀들을 심으면서 정원으로 가꾸었다. 『도심 속에서 시골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었다』는 박씨는 이곳에 옥수수, 들깨, 쪽파 등을 심고, 너저분해 보이는 잡풀들도 그대로 살려두었다.
입구에 허수아비와 우체통을 세웠고 군데군데 깨진 장독도 갖다두었다. 깔끔하고 세련된 정원이 아니라 허르스름한 시골 앞마당을 그대로 재현해 고향의 느낌을 생생하게 살려내고 싶었다. 주유소를 찾는 고객은 물론 이웃들도 도심 속의 작지만 아름다운 공간에 대만족이다. 애초에는 박씨 혼자 꾸며나갔지만 이제는 이웃들도 함께 나섰다. 박씨는 이 모임을 자연과 문화를 생각하는 동호회로 발전시킬 계획도 품고 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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