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의 재벌그룹 해체는 너무 이르다」 「재벌해체와 재벌개혁을 혼동하지 말라」서구 금융전문가들의 「개도국 재벌그룹 해체」 주장은 금융·인력시장의 낙후성을 간과한 것이므로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들에 의해 제기됐다.
11일 논문의 내용이 국내에 소개되자 재계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권위있는 대학의 교수들이 대신 해준 것』이라며 크게 환영하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등은 『한국의 경우 재벌해체보다는 총수의 전횡과 불합리한 경영구조를 바꾸는 「재벌개혁」이 정확한 표현』이라며 기존 정부의 정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타룬 칸나교수와 크리스나 팔레푸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8·9월호에 공동기고한 「개도국 대기업집단의 올바른 구조조정 방안」이라는 논문에서 개도국의 올바른 구조조정은 성급한 재벌그룹 해체가 아니라 금융, 노동, 재화, 용역 등 시장시스템이 원활하게 기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칠레·인도 등을 포함한 개도국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자본시장, 경영자시장, 노동자시장, 국제기술 시장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10여년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
이같은 상황에서 재벌그룹이 해체된다면 서구에서는 당연시하는 소프트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어떠한 제도도 남지 않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김석중(金奭中)상무는 『매우 설득력있는 지적이며 우리 정부가 반드시 경청해야 할 논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의 남일총(南逸總)연구위원은 『한보·기아·대우사태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경우 재벌의 금융독점과 비효율적 경영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경제성장이 어려운 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재벌체제 개혁작업이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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