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독재의 붕괴에 이어 동티모르 사태 등으로 인도네시아 정국이 계속 혼미한 가운데 20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대선레이스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람은 최근 회교조직을 등에 업고 득표전에 가세, 대선구도를 3파전으로 만든 압둘라만 와히드 국민각성당(PKB) 당수.지난 6월 총선직후만 하더라도 이번 대선은 B. J. 하비비 대통령과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민주투쟁당(PDIP) 당수의 2파전으로 치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지층이 두터운 와히드가 8월말이후 급부상함으로써 대선결과는 물론 향후 정국전망도 한층 불투명해졌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여전히 메가와티 여사가 응답자의 52%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와히드가 11%를 얻어 2위를 차지했고 집권 골카르당 부의장으로 이번 대선전에 나오지도 않은 마르주키 다루스만이 10%로서 그뒤를 이었다. 하비비 대통령은 4위에 불과했다.
인도네시아의 최대 회교단체인 구스 두르의 지도자이면서 국민각성당의 창당주역이기도 한 와히드는 한때 메가와티 여사와 협력관계를 유지했으나 지난 연말부터는 독자노선으로 전환했다. 와히드의 측근은 의회격인 국민협의회(MPR) 전체의원 700명(직선 462명, 군부지명 38명, 지역·직능대표 200명)중 200명 이상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며 막바지 세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가에선 와히드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않다. 와히드의 가장 큰 약점은 건강이다. 구체적인 병명은 밝혀지지않았지만 지병이 있고 시력도 거의 상실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5%가 건강문제가 와히드의 약점으로 지적됐다.
한 정치분석가는 『와히드는 이슬람의 달콤한 얼굴을 보여주는 사람이지만 병약한 대통령을 원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또다른 분석가는 『와히드의 중도하차 여부가 대선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해 와히드의 거취표명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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