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전세계적으로 올해의 낱말을 뽑으라면 「개혁」이라는 개념이 아주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다. 개혁이란 낱말은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고 어떤 정치 연설에서도 빠져서는 안되는 말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다.개혁은 변화를 목표로 한다. 개혁을 부채질하는 것은 대개 경제적 발전상황이다. 개혁논의때 등장하는 주요 단어는 유연성, 규제 철폐, 혁신, 유동성 등이다. 자본주의 사회 질서속에서 이러한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사람은 살아남을 확률이 아주 적다. 정체는 오늘날의 세계화한 세상에서 죽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개혁에 대해 「권태」를 느끼고 있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길 바란다. 이들은 현재 상태에 만족하고 있으며 정치가들의 여러 가지 선언들을 불신한다. 이러한 불신이 전혀 근거 없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개혁이 과거의 개혁 정책들에 의해 생겨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일 뿐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개혁이 새로운 문제를 낳을 것으로 국민들은 보고 있다.
그같은 국민들의 권태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럽에서는 개혁논의가 한창 진행중이다. 유럽 주요 국가마다 활발한 개혁정책을 실행하는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집권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사회민주주의 정부가 개혁 정책 덕분에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반면 독일의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지방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독일 사회민주주의자들의 개혁정책에는 사회정책적인 비전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개혁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하려면 더 나은 사회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포장해야 한다. 개혁 정책에 제2의 건국이란 꼬리표를 단 김대중 대통령의 밀도높은 개혁 노력도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게 바로 비전이다. 국민들이 정부가 제시한 이러한 비전을 믿고 있는지는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총선은 김대통령의 지금까지의 개혁 정치에 대한 국민 투표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로날드 마이나두스 박사·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 한국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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