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는 불평하지 않는다/햇빛 못보는 뿌리들이/햇빛 보겠다고/햇빛 받는 잎이나 줄기가 되겠다고/불평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줄기나 잎에게 대신 빛을 노래하게 하고」(「뿌리의 노래」 부분)정대구(63) 시인이 근 10년여 만에 8번째 시집 「뿌리의 노래」(다층 발행)를 냈다. 표제작에서 읽을 수 있는 것처럼 그의 시들은 복잡한 수사보다는 삶에서 익혀온 생각을 간결하게 진술한다. 그 간결함은 큰 울림을 지닌다. 「바다1」 같은 시가 그렇다.
「피리소리 온 바다에 자욱하다/물에 씻긴 아이 하나 들어올린다/눈부신 아침 바다」(「바다1」전문). 아침바다의 해를 「물에 씻긴 아이」로 그려내는 노년의 관조가 넉넉하게 느껴진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고/정신의 맨 밑바닥 별이 보인다/흰 몽둥이로 내리치는 불벼락/골짜기에 환하게 불이 켜진다」(「폭포 앞에서」전문). 정시인은 『시집이 서점 한 구석에서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고 신음하는 소리가 귀에 들리고 눈에 어른거리는 꼴이 두려워 오랫동안 시집을 내지 못했지만 20세기를 마감하는 올해는 뒷일을 생각지 않고 시집을 묶었다』고 말했다. 「정신의 맨 밑바닥 별」을 보아야 하는 시인의 일갈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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