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 겸 총비서가 지난달말 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 일행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급성장은 88올림픽 덕택」이라고 평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위원장은 한국의 발전상, 서울의 공해, 수입쇠고기문제 등을 거론하는 등 한국의 각 분야 상황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10일 정명예회장과 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공식 면담 후 오찬을 함께 하며 가졌던 대화 내용을 담은 「김정일 오찬면담록」을 공개했다.
김위원장은 식사를 시작하면서 『남한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제신인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서울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김위원장은 『영화를 통해 서울을 많이 보았는데 일본 도쿄(東京)보다 훌륭한 세계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공해가 심각하고 도시계획이 복잡하게 돼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위원장은 이어 『한국 건설업체들의 시공능력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왜 무너졌는지 궁금하다』고 묻기도 했다. 이 질문에 대해 정명예회장이나 배석했던 정몽헌(鄭夢憲)회장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분위기가 갑자기 썰렁해지자 김위원장은 화제를 「주택」으로 돌려 『평소 건축에 취미가 많아 평양 등지에 짓는 주택에 대해서는 높은 관심을 갖고 지도하고 있지만 해외 경험이 없어 부족한 점이 많다』며 『현대가 공단 내에 시범주택(모델하우스)을 지으면 꼭 한번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수입쇠고기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남한 농민들이 쇠고기 수입을 반대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량생산 능력을 갖춘 선진국들의 수입개방 압력에 저항한 것은 잘 한 일로 생각된다』며 최근 쇠고기문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질문했다. 이에 정몽헌회장은 『요즘 미국, 호주등지에서 쇠고기가 수입되고는 있지만 남쪽 사람들은 한우를 더 선호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김위원장은 『다음번에 명예회장 선생을 만날 때는 지팡이 없이 혼자서도 잘 걸으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해 앞으로 다시 면담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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